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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배했다. 김 위원장이 노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당 지도부가 3년 반 만에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찾았다. 보수당인 한국당이 진보 진영 전직 대통령을 참배하는 광폭 행보에 나선 것이다. '통합'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며 새로운 보수를 모색하겠다는 포석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국민 모두가 정말 하나가 된, 새로운 세상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참배에 대한 당내 비판과 관련해 "결국 우리 사회가 통합을 향해서 가야 하고 힘을 모아서 국가를 새롭게 해나가야 할 상황"이라며 통합이라는 가치를 우선순위로 강조했다.

오후 2시 54분쯤 노 전 대통령 묘역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이었다. 헌화 분향 등 참배 의식을 마치고 노 전 대통령 묘소 앞에서 선 당 지도부는 두 차례 묵념을 가졌다. 이날 자리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태 사무총장,홍철호 비서실장 등 비대위 당직자들이 동행했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참배를 마친 후 방명록에 '모두,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라고 적었다. 지난 25일 서울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을 때 적었던 문구와 같은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권양숙 여사를 예방해 30분가량 비공개 면담도 가졌다. 김 위원장은 "권 여사와 정치적인 얘기를 하지 않았다"며 "(권 여사와) 중국 다녀온 얘기, 아이 키우는 얘기, 손자손녀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 추도일(5월23일)을 제외하고 한국당 지도부가 묘역을 방문한 것은 2015년 2월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봉하마을을 찾은 게 유일하다. 이례적인 행보가 추진된 배경에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정책실장을 지낸 김 위원장의 개인적인 인연도 있지만 보수 가치를 재확립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혁신에 목마른 한국당 내 상황에도 맞닿아있다. 한국당은 극심한 계파갈등 속에 통합 행보를 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맡기 전 "갈등을 없앨 수 없다면 더 큰 뭔가로 그걸 덮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가치를 중심으로 노무현의 혁신성을 수혈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와 함께 중도 진보진영과 공유할 수 있는 정서를 확보하는 의미도 있다. 아울러 탄핵 등 치명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의 지속적인 우클릭으로 점차 내주고 있는 중도 영역으로의 진출 의지를 보인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은 김 위원장은 '통합'이라는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이라는 보수정당은 무슨 가치를 점유하고 있느냐"며 "혁신 비대위가 제일먼저 해야할 일은 역사의 흐름에 맞는 우리 국가 발전에서 대단히 중요한 그 가치를 정립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를 출범하면서부터 정부의 '국가주의'를 연일 비판하며 '가치 투쟁'에 나서고 있다. 김 위원장은 17일 취임 직후 "문재인 정부의 시장 개입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훨씬 강하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를 국가주의로 규정하고, 보수는 자율주의라는 가치를 점유하는 구도를 만든 셈이다.

그는 이날도 "(국가주의는) 우리의 오랜 문화도 (배경에) 있고 권력 자체에 관성이 있어 권력 쥐고 나면 그걸 가지고 뭘 해보고 싶은 것"이라며 정부여당 정책 곳곳에 국가주의가 스며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들의 잠재적 역량이나 공동체 정신, 시장의 성장 규모 등을 봤을 때 이제야말로 탈(脫)국가주의 시대를 열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