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정책 4개 구간마다 가속엔진 달았다

[the300]'한 달에 한 주제' 규제혁신..입법성과 위해 野와 협치제안

김성휘 기자 | 입력 : 2018.07.24 16:16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2018년도 제32회 국무회의에 앞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2018.07.24. pak7130@newsis.com
소득주도 '답보', 규제혁신 '정체', 그리고 지지율 '하락'.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년차, 국정과제 각 분야에 한계가 분명해지자 전방위 변화로 돌파구를 모색한다. 특히 정부의 정책마련 단계에 속도를 강조한 데 이어 내각에 야당이 참여하는 협치 카드를 내밀었다. 야당에 국정책임을 나누고 이에 따라 국회에서 입법 효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주목된다. 

청와대와 여권에는 정책이 크게 네 단계로 수립, 실현된다는 공감대가 있다. 첫째 필요성 확인 등 사전정비다. 이를 바탕으로 각종 정책, 법률안과 예산안을 짜는 게 두 번째다. 주로 정부의 일이다. 셋째는 국회다. 입법이 돼야 제도가 바뀐다. 3단계를 넘어도 마지막 단계가 있다. 정책 대상자인 국민이 체감할 때까지 정책을 밀고가는 4단계다. 규제혁신만 해도 매 단계를 넘어야 하므로 시간이 걸린다.

문 대통령은 7월 들어 이 모든 단계에 '엔진'을 장착했다. 3단계 국회를 의식한 조치는 23일 나왔다. 농림식품부 장관 등 일부 장관을 야당 인사가 맡을 수 있다는 협치내각이다. 이러면 각종 법안 통과에 야권의 협조로 안정적인 표결 숫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일순위 대상은 '평화와 정의'로 함께 교섭단체를 이뤘던 평화당과 정의당이다. 이른바 진보블록 범여권이다. 협치냐 연정이냐를 규정하긴 아직 이르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바른미래당 등 보수블록까지 넓힐 수도 있다.

2단계 정부 차원에서는 특히 규제혁신 과정을 혁신한다. 문 대통령은 2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직접 매달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 규제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범부처 회의에 각종 대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해서는 속도도 성과도 안 난다는 게 문 대통령 판단이다. 한 달에 한 번, 한 주제씩 실질적으로 규제를 혁파한다.

1단계 정책 필요성을 확인하는 과정도 정비했다. 정부는 이달부터 주요정책에 '정책결정 사전점검표'(체크리스트)를 적용한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은 얼마나 수렴했는지, 과거 사례는 어땠는지 등을 첨부한다. 문 대통령의 지시다. 준비단계는 더딜 수 있지만, 일단 추진하기 시작하면 혼선을 막을 수 있게 미리 길을 닦는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23일 "짧은 기간에 금방 효과가 나올 수는 없다. 길게 내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포용적 성장 관련해서다. 여간해선 기조를 흔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마지막 4단계, 국민체감까지 가는 엔진이다. 

눈에 띄는 것은 3단계다. 집권 초부터 '민주당정부'임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민주당정부는 어디까지나 국민 지지를 받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국정을 이끈다는 신념이다. 대통령 취임 당일, 한국당 등 야당의 당사를 찾아가 손을 내민 의미는 '협조' 요청이지 내각의 한 영역을 야당에 내주는 협치는 아니었다.

2년차에 제도적인 협치에 나선 건 그만큼 정책 성과에 목마르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꽤 답답한 7월을 보냈다. 고용 지표 악화,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등 경제정책 논란에 지지율이 하락세다. 8월 이후 적어도 국내에서 정책으로 콘트롤 가능한, 경제지표나 혁신 성과가 있어야 한다. 입법만 해도 올 가을 정기국회를 넘어야 비로소 내년에 적용된다. 집권 3년차인 내년부터 뭔가 준비하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 

그래서 정책 단계별 가속엔진을 붙였다. 물론 성과는 미지수다. 협치내각은 야당의 동의여부가 변수인데 24일 현재까진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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