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킹메이커의 시대

[the300]김종필 전 총리 별세, 막 내린 3김시대

시대는 때로 한 사람과 함께 태어나고 저물기도 한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JP)가 그런 사람이다. 한국전쟁, 박정희정부, 산업화와 민주화, 충청도, 의원내각제…. 한 정치인이 이처럼 수많은 키워드를 관통하는 경우는 드물다. 무엇보다 그는 킹메이커의 시대를 열고 닫았다.

민주화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이 그가 지지하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은 인물이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각 연대는 민주자유당을 낳았고 여기서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당선됐다. 김대중 대통령(DJ)과는 DJP연합으로 공동정부를 탄생시켰다. 자신을 포함한 3김 중 두 명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은퇴 후에도 JP는 이름값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현대 정치사에 수많은 '킹메이커'들이 있지만 JP가 독보적인 이유다. 

킹메이커가 되지 못한 게 두 차례다.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과 2017년 대선이다. 2002년은 JP 시대가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때다. 그는 이회창도 노무현도 지지하지 않았다. 2004년 총선 '탄핵' 역풍에 그는 정계를 은퇴했다. 지난해 대선 역시 민심은 JP의 선택과 달랐다.

2030세대에게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JP시대가 저문 이유가 노쇠함 만은 아니다. '가치'가 달라졌다. 흔히 보수의 3대 지지기반으로 지역주의, 반공 이데올로기, 대기업-경제성장 패러다임을 꼽는다. JP는 수십년간 세 가지 정신의 화신이었다. 그가 배출한 수많은 'JP키즈'도 이 세 가치에 충실하다.

노무현·문재인의 당선이 보여준 피플파워의 시대는 다르다. 지역주의와 반공, 성장 지상주의에 정면으로 반대하거나 최소한 새로운 길을 찾는 이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게다가 JP 시대는 밀실정치였다. 지도자의 승부수에 민심도 뒤따르는 듯했다. 이제 정치인은 민심을 만드는 게 아니라 민심의 눈치를 본다. 거리에 나선 국민들이 기존의 킹을 주저 앉히고, 새로 뽑아 올린다. 나아가 국민 스스로 킹을 자임하는 시대다.

3김시대를 마지막까지 희미하게 비추던 JP라는 조명이 꺼졌다. '영원한 킹메이커'의 별세는 그렇게 국민의 시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새 시대의 정치는 '어게인 김종필'이어선 안 된다. JP키즈가 주축인, 지난 대선과 6·13 지방선거 패배로 혼란에 빠진 정당도 마찬가지다.

고인의 영면을 빈다.
김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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