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하다 망했다'는 JP…권력에 대한 그릇된 집착 비판도

[the300]김종필 23일 별세…내각제 개헌 신념 물거품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별세한 23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영정이 놓혀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아침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순천향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2018.6.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3일 별세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정치 인생을 걸었던 내각제 개헌을 끝내 성공시키지 못한 채 쓸쓸한 말년을 맞았다. 

생전에 그는 내각제 개헌에 대한 정치적 신념을 강조하며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과는 차별화된 정치 행로를 보여준 바 있다. 지난 2015년 부인 고(故) 박영옥 여사의 빈소를 찾은 정치인들을 만나서는 "내가 내각제하다 망한 사람"이라면서 '삼김' 중 자신만 대통령을 하지 못한 처지를 에둘러 변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그게(내각제가) 더 좋은 것이다. 5년 대통령 단임제를 하지만 5년이면 시간이 모자란다"며 변함없는 소신을 나타냈다.

김 전 총리는 1990년 '3당 합당'에 참여했을 때도, 1997년 'DJP연합'으로 정권교체의 한 축이 됐을 때도 내각제 개헌의 실현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에 비춰봤을 때 내각제 개헌에 정치 인생을 걸었다는 그의 소회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김 전 총리가 '영원한 2인자'로 머무르게 된 데에는 내각제 개헌에 대한 약속이 번번이 지켜지지 못한 탓도 크다.

반면 내각제에 대한 김 전 총리의 집념은 권력에 대한 그릇된 집착으로 평가되는 측면도 있다.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정치적 야합'을 반복하면서, 그때마다 내각제 개헌을 명목으로 내세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 정부 당시 초대 국무총리였던 그가 집권 2년차 때 스스로 내각제 개헌을 유보한다고 선언하고 '내각제 연내개헌 위약'을 이유로 국회의 해임건의안을 받게 된 것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과의 독대 후 뚜렷한 이유 없이 내각제 개헌 추진을 중단하자 자유민주연합 내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었다.

그와 함께 내각제 개헌에 정치 생명을 걸었던 정치인들은 내각제 꿈이 그토록 믿고 따랐던 김 전 총리에 의해 사라졌다고 통탄했다. 김용환 전 의원은 "그날 이후 내각제에 대한 희망을 마음 속에서 지워버렸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내각제 개헌을 무조건 밀어붙일 경우 공동정권이 깨질 수 있어 차선책을 택했다고 해명했지만 스스로 내각제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두 권력자 간에 오갔을 모종의 거래 때문에 내각제 개헌마저 외면한 것 아니냐는 의혹만 남겼다.

'DJP연합'이 깨지고 참여정부로 정권이 이어진 후에도 김 전 총리는 내각제 개헌의 소신을 앞세워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등 권력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3김 시대'의 종식과 함께 내각제 개헌도 더이상 그의 정치 수명을 연장해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내각제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뀐 데 그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DJP연합' 당시 50%를 넘던 의원내각제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10%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배제하고 자신들의 계산에 따라 권력을 나눠 가지려는 수단으로 인식된 탓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김 전 총리의 별세에 대해 "고인이 생전에 바라던 대한민국 정치발전, 내각제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발전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과제로 남았다"고 논평했다. 


 
  • 300인덱스
  • 청탁금지법ABC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