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되던 공용수용권 입법, 멈춰선 까닭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

공용수용은 공익사업을 위해 개인의 토지 등 재산권을 강제적으로 취득하는 제도인데, 21세기 들어서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민간 수익사업에까지 수용권이 부여되는 입법이 양산되어 왔다. 이로 인해 한 해에 추진되는 토지수용을 통한 개발사업이 2만여 건에 달하고, 수용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저항과 공권력의 강제집행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언론은 공용수용제도를 ‘합법적인 국민재산권 강탈제도’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고급골프장 등의 조성을 위한 수용권 부여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했고, 2015년 3월 대법원은 휴양주거단지 개발을 위한 인가처분과 수용재결을 무효 판결했다. 이들 판결은 종래 개발편의 위주의 공용수용제도의 패러다임을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획기적 의미가 있다. 국회도 사법부의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 등을 고려하면서 공용수용권 입법의 양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성호 의원의 대표발의로 2015년 12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을 개정했다. 개별법에서 수용권을 신설할 때 그 사항을 토지보상법 별표를 개정하여 명시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도록 했다.

공용수용권 입법에 대한 이러한 통제체계가 2015년 12월 도입된 이후 2년 반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 공용수용권 입법현황을 살펴보면 개별법 이외에 토지보상법 별표까지 개정한 입법은 전무한 상황이다. 다만, 개별법에 수용권을 규정한 사례로는 유일하게 19대국회 말인 2016년 5월 가결된 ‘해양산업클러스터의 지정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있는데, 이 법의 수용권은 토지보상법의 취지에 따라 효력이 없다.

현 상황은 그동안 매년 4~5건씩 있었던 공용수용권 입법에 제동이 걸린 것인데, 이는 통제체계의 효과로 볼 수도 있다. 그것은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하여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20대국회에서 현재까지 공용수용권 신설을 포함하는 법안이 18건이나 발의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통제체계가 도입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 그런지 18건 중에 토지보상법 개정안을 같이 발의한 것은 5건에 불과하다. 심지어 정부가 제출한 ‘산악관광진흥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경우도 공용수용에 관한 사항을 담은 토지보상법 개정안이 제출되지 않았다. 부처협의나 법제처심사가 부실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공용수용권 신설에 대한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 수용 규정은 토지보상법도 같이 개정해야 효력이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필수 사항으로 볼 수 있는데, 그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8건에 불과하다. 더구나 8건 중에 한 전문위원이 작성한 것이 6건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너무 미흡하다. 심지어 공용수용권 신설에 대하여 아예 검토를 하지 않은 것도 있다. 2016년 5월에 가결된 ‘해양산업클러스터의 지정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의 경우 토지보상법과의 충돌문제 때문에 법사위원회를 통과할 수 없다고 봐야 하는데, 그 문제는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도 지적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용수용권 입법이 사실상 멈춰선 까닭이 과연 통제체계 때문인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국회의 법안심의가 지체된 데 따른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향후 법안심의가 활성화되면서 ‘해양산업클러스터의 지정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과 같이 토지보상법 개정 없이 개별법의 공용수용권 입법이 증가, 법체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정부와 국회 모두 공용수용권 입법에 대한 통제체계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토지보상법의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정부제출안뿐만 아니라 의원발의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수용권 신설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 반드시 토지보상법 개정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소관 위원회에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회의 경우도 소관 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 개별법의 수용권 신설은 토지보상법 개정이 병행되어야 효력이 있다는 것을 필히 적시해야 한다. 법사위원회에서는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나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 없는 개별법의 국유재산특례나 부담금 신설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토지보상법 개정 없는 개별법의 수용권 신설은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정재룡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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