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담판의 계산서…챙긴만큼 막중한 숙제받은 김정은

[the300]트럼프, '로우 리스크' 속 北 압박…文은 중재자 굳건 속 한미훈련 암초

/그래픽=유정수 기자
협상은 '기브앤드테이크'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의 담판이 끝난 시점도 그렇다. 많은 것을 얻은 것처럼 보이는 김 위원장은, 다음 협상장에 그만큼 막중한 과제를 해결하고 나와야 한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동시에 자신의 관심사인 '한미연합훈련 비용문제'를 공식화했다. 장담해온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관철하지 못한 것은 가장 명확한 손해다. 워싱턴 정가의 비주류인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할 회의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리스크 자체는 적다. 북한에 구체적인 체제보장 및 제재완화 프로그램도 제시하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도 대한민국을 향한 '비용 청구'라는 명분을 갖췄다. 향후 관건은 자신이 예고한 후속 협상을 통해 얼마나 많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모아진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프로세스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일각에서 싱가포르 담판의 '승리자'라고 불리는 김 위원장은 전리품이 가장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에 사인을 해줬고, 북한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한미연합훈련 중단도 얻어냈다. '정상국가의 리더십'을 선전하는 계기도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똑똑하고 좋은 협상가"라고 수차례 칭찬했다. '괴이한 스타일의 뚱뚱한 독재자' 이미지는 상당부분 희석됐다. 

하지만 CVIG(완전하면서도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체제보장)는 결국 보장받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체제보장에 사인을 했다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밝혀온 입장의 연장선 수준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근본적으로(fundamentally) 다른 체제안전 보장"은 CVID의 수용 때만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CVIG를 보장받지 못한 김 위원장의 전리품은 그가 떠안은 '과제'를 담보삼아 받은 격이다. 기존 입장에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플러스 알파'를 제시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돌아가면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시한 혜택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인지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이미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핵 병진 노선을 삭제한 시점에서 군부와 주민을 또 설득해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 수 있는 핵폐기 단계를 밟는 게 김 위원장이 받은 숙제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27 남북 정상회담부터 6·12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공시키며 '중재자'의 입지를 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담판 직전·직후 모두 문 대통령과 통화를 하며 신뢰감을 표시했다. 12일 김 위원장과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문 대통령을 언급하며 "최종협상까지 많은 관여를 한 좋은 친구다. 이미 문서를 자세한 내용까지 포함해 보냈는데 기뻐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문 대통령의 시선은 남북미 정상이 만나 합의하는 종전선언에 모아진다. 문 대통령은 1차 남북 정상회담 직후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 유치해 곧바로 남북미간 종전선언까지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로 확정된 다음에도 끝까지 합류 가능성을 살폈을 정도다. 이제 정전협정 체결일인 다음달 27일 종전선언을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중이다.

한미연합훈련 문제가 급부상한 것은 어쨌든 타격이다. 길고 긴 비핵화 프로세스 과정에서 굳건해야 할 국내 여론에 득이 될 게 없는 이슈인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거론하며 '비용' 문제를 언급한 것도 일종의 '계산서'로 느껴질 수 있다. 청와대 측은 일단 "과거에도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은 (중단을)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광복절에 맞춰 추진하고 있는 이산가족상봉과 을지프리덤가디언(UFG)훈련이 겹치는 상황 속에서, 훈련중단의 운을 트럼프 대통령이 띄워 준 것이 반드시 나쁜 상황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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