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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묻혀 있는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 발굴과 송환이 11년 만에 재개된다. 북한에서 돌아오지 못한 미군 유해는 5300여구로 추정된다. 향후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서명한 합의문에는 "미국과 북한은 전쟁 포로(POW·Prisoner Of War)와 전투 중 실종자(MIA·Missing In Action) 유해를 발굴하고, 이미 신원이 확인된 것은 즉각 송환한다"는 내용이 명기됐다.
현재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의 유해 송환은 2007년 이후 멈춘 상태다. 미국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KWVA)는 한국전쟁 기간 7900명이 실종됐고, 이 중 약 5300명의 유해가 북한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명의 병사도 적진에 내버려 두지 않는다"(Leave no man behind)는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의 구호가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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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송환 문제는 그간 북미관계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했다. 북미 관계가 출렁일 때마다 재개와 중단을 반복했다. 이에 이번 송환 재개는 북미 관계 개선의 결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선거 유세 과정에서 한국전에 참전한 내 아들, 내 아버지를 미국으로 데려와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면서 "당시(2016년)에는 양국의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좋아졌기 때문에 가능해졌다"고 송환 재개가 관계 개선의 상징임을 드러냈다.
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다. 그는 "고속도로나 길가에 (유해가) 묻혀 있을 거라고 하는데, 아주 슬픈 일"이라며 "(김 위원장이) 이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또 "정말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었던 일"이라며 "하지만 마지막 회의, 마지막 쪽에서 이 얘기를 했다"고 어렵사리 성사됐음을 시사했다.
미군 유해 송환의 역사는 1990년부터다. 그해 4월26일 중국 북경에서 있었던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한 제8차 참사관급 외교접촉에서 처음 논의됐다. 이후 20여 차례의 회담을 진행했다. 1993년 '미군유해 송환 등에 관한 합의서'가 발효됐다. 93년에만 148구의 유해가 송환됐다.
1996년 1월 하와이에서 열린 미군유해송환회담에서는 '북·미 공동 유해 발굴단 구성'이라는 전향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북한이 보존하고 있는 6·25전쟁 자료의 열람과 수집이 허가되는 파격적인 합의가 이루지기도 했다.
함경남도 장진읍과 신흥리, 평안북도 운산군과 구장읍, 계천시 등지에서 공동 유해 발굴 작업이 지속됐다.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북·미 미군유해 공동 발굴 작업과 송환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하지만 2005년 부시 행정부가 미군유해발굴작업에 참여하는 미군의 안전을 위해 작업을 중단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마지막 송환은 2007년이다. 그해 4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당시 주지사와 빅터 차 당시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 등의 노력으로 6구의 유해가 판문점을 통해 송환됐다.
하지만 북미관계가 또다시 냉각하며 또다시 송환은 중단됐다. 2011년 북한의 제안으로 재개 움직임이 있었지만, '광명성-3호' 발사 등의 이유로 미국이 중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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