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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이 12일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Complete Denuclearisation of the Korean Peninsula)'에 합의했다. 미국이 요구하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 중 'C(complete, 완전한)'와 'D(dismantlement, 비핵화)'만 포함된 것이다.

미국이 강조하던 검증가능성과 불가역성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정상회담 전날까지 CVID를 강조했단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다만 전쟁 위기설까지 거론되던 북한과 미국의 두 정상이 직접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한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완전한 비핵화를) 더 이상 명확하게 할 수 없다"며 "북미관계를 새롭게 하자고 했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문안에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은 두 정상의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제네바 합의보다 강하고 9.19 선언보다 약한, V와 I가 빠진 합의문

두 정상은 이날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완전한(complete)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미국이 강조하던 CVID 중 검증가능성(verifiable)과 불가역성(Irreversible)이 빠진 것이다.

합의문 문구상으로는 1994년 체결된 제네바 합의보다 강하고,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 공동선언보다는 약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목표를 확인한다"고 밝힌 것과 유사하다.

제네바 합의에서 북한과 미국은 "핵이 없는 한반도(nuclear-free Korean peninsula)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CVID 중 비핵화(D)만 포함된 내용이다. 다만 당시는 CVID의 개념이 만들어지기 이전으로 비핵화 자체에 비중을 뒀다.

9.19 공동선언에서는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며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달성"하겠다고 명시했다. 완전성(C)과 검증가능성(V)에 초점을 둔 것. 앞선 북한 핵사찰 과정에서 발생한 어려움이 '검증가능성'의 강조이유다.

◇V와 I 빠진 합의문, "더 명확할 순 없다"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대해 "(비핵화 의지를) 더 이상 명확하게 할 순 없다"고 밝혔다. 합의문에 비핵화 의지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선언이 아닌 행동으로 불가역성을 확보하겠단 언급도 있었다. 그는 "우리 직원들이 (북한에) 들어가 여러가지 작업을 할 것"이라며 "다시 말하지만 완전한 비핵화, 불가역적(verified) 비핵화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물리적 협상시간 부족으로 CVID가 미포함됐다고 밝히면서도, 후속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사했다. 그는 "(CVID 미포함은)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 절차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이미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폼페이오는 북한 고위관리들과 계속 논의를 해왔고, 그 결과 공동합의문에 서명한 것"이라며 "싱가포르에 이미 합의를 다 한 문제로 합의서에 나와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미사일 엔진 생산시설 폐기 등 실질적 행동을 통해 성의를 보였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하겠다고 했다"며 "모든 미사일과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했으며 미사일 엔진 생산 장소 (폐기)도 합의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다만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자연적으로 불가역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적으로 비핵화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며 "비핵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핵을 없애자고 바로 없앨 수 있는게 아니지만 어떤 지점에 도달하면 되돌릴 수 없다.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