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불신 딛고 '새로운 관계'로…비핵화 과정 '시작' 의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140여 분에 걸친 단독확대정상회담과 업무오찬을 마친 뒤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서명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1948년 분단 후 70여년간 지속된 북미간 냉전과 대립의 역사를 무너뜨리는 의미를 지닌다. 비핵화 합의문은 밑그림 수준으로 도출됐으나, 불신을 거듭했던 양국이 신뢰관계로 나아갔다는 것만으로 큰 진전이란 평가다.

◇북미, '새로운 관계·평화체제' 합의=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짧지만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양 정상은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오전 9시16분(현지시간)부터 35분간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1시간40분간 확대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뒤이어 50분간 업무오찬을 갖고 호텔 정원을 통역 없이 산책했다.

북미 정상은 역사적인 첫 공동합의문에 사인하는 서명식도 가졌다. 이 합의문에는 양국 국민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북미관계를 추진하며, 한반도의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노력하며, 북미가 전쟁포로 유해를 발굴키로 한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북한은 지난 4·27 판문점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포괄적으로 합의한 바 있어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법론과 시간표가 명시될 것으로 기대됐다. 북미 양국 간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명시할지, 북한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 및 폐기 등 내용을 담을지 등을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업무오찬을 한 뒤 호텔 안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나 공개된 합의문에 따르면 양측은 북미 정상은 첫 회담에서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세부방안을 약속하기보다, 양 정상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는 '상견례'이자, 긴 협상의 시작으로서 의미를 두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 부상이 이끄는 북한 실무협상팀과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가 이끄는 미측 실무단이 정상회담 전날 밤 늦게까지 싱가포르에서 심야회동을 진행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향후 북측 고위급 관료와 이날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협상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북미, 불신 극복하고 새로운 역사로= 합의문 내용보다 주목되는 것은 과거 극복과 새로운 역사를 향한 북미 양 정상의 거침없는 행동과 발언이다. 양 정상은 첫 대면시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내 미소짓고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주고받는 등 격의없는 관계로 발전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며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과오가 때때로 우리의 눈과 귀를 가렸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확대정상회담에서는 "우리 발목을 집요하게 붙잡던 그런 과거를 우리가 과감하게 이겨내고 뛰어넘어 이 자리에 모였다"며 "훌륭한 평화의 전주곡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미 간 유구한 적대시관계에 대한 회고이자,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발언으로 분석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발목을 잡는 과거'를 언급한 대목에서 그의 자아비판이 읽힌다. 북미간 반목을 초래한 과거 비핵화 협상 파기의 원인이 미국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파격적이란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단독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양 정상은 수차례 북미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냉전의 중대한 변화를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 김 위원장은 공동합의문 서명식에서 "세계는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한반도와의 관계가 굉장히 달라질 것이다.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 될 것"이라며 "특별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 정상이 합의문에 미처 담지 않은 공감대가 있음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대로 오늘 정상회담은 '프로세스'로서 의미가 있다"며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밑그림을 그린 것이고, CVID나 종전선언 이행 방안은 실무회담에서 협의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한번에 합의를 했어도 이행하지 않으니 소용이 없었다"며 "양 정상이 의지를 확인했으니 차근차근 단계별 이행 로드맵을 만들고 실천하면 된다. 트럼프로서도 오늘 모든 성과를 다 드러내고 거품이 빠지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미 간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새로운 관계를 수립했단 것만으로 의미가 크다"고 진단했다.

분야별

정책

정치

스페셜

사람

뷰300

멀티미디어

북미, 불신 딛고 '새로운 관계'로…비핵화 과정 '시작' 의미

[the300]70여년 북미 적대관계 해소·한반도 냉전 종식…비핵화 세부방안, 후속회담에 넘겨

최신뉴스

베스트클릭

최신뉴스

런치리포트

상임위

의원사용설명서 2.0

핫이슈

상임위동향

이주의법안

the300 국회의원 INDEX

生뉴스

내입맛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