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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사전투표일인 8일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
6·13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여당과 야당 간 '기울어진 운동장'은 보다 극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에서도 당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친문(친문재인) 쏠림 현상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의 압도적 우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정부여당에 대한 야당 견제론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보수 야권' 개편 동력도 상당 부분 제한될 가능성이 커졌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방선거 후 일정 폭의 정계개편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승으로 선거 결과가 나올 경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 교체를 단행하게 되고 전열 정비를 꾀하는 과정에서 '헤쳐모여'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당대당 통합이 언급되는 등 양당 간 통합 및 재편 시나리오는 구체화 단계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야당 개편의 구심점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은 쪽에서 야당 개편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법이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어느 한쪽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선거를 마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낸 것도 이 같은 의도에 따른 승부수였다. 야권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이를 통해 차기 대선의 확고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악수 중에 악수가 됐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의미있는' 득표율을 얻기도 어려운 상황인데다 당 장악력마저 약화되며 유승민계와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 사정에 밝은 한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가 자유한국당과 당대당 통합을 하고 싶다하더라도 이전처럼 밀어붙일 수 있을 지 회의적"이라며 "오히려 바른정당계는 자유한국당으로, 국민의당계는 민주평화당이나 민주당으로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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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년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가운데 안철수, 김문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들이 참석해 합장하고 인사를 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역시 제1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채 향후 정계개편의 불확실성을 더했다는 평가가 다수다.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등만 겨우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TK(대구경북) 자민련'이 현실로 닥쳐왔기 때문이다.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당내외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마땅한 경쟁자 없이 당권 장악을 낙관해왔던 처지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공들여왔던 대구에서마저 홍 대표의 지원유세를 거부하는 등 민심이반이 심상치않다는 점이 눈으로 확인된만큼 선거 패배는 물론 보수 몰락에 대한 책임론을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선거 직후 '포스트 홍준표' 체제를 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등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통합을 통해 신당 창당이 시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이 위기의 돌파구를 통합이란 빌미로 '헤쳐모여'에서 찾는다면 오히려 국민들의 외면을 받아 야권을 벼랑 끝으로 몰고가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결국 마이너스 통합에 그쳤던 것이 그 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어려움에 처한 정치집단들이 전략과 용기가 없을 경우 ‘뭉쳐야 산다’는깃발 아래 오글오글 다시 모이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 야당의 경우 뭉치면 죽는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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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가 지난 16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STX빌딩에 마련된 ‘김경수 청년캠프’에서 지역 청년문화예술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조철희 기자 |
원내 지도부 소속의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회에서 절대 다수의 의석수를 점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지는 국민들이 판단해주실 것이라 믿는다"며 "그렇게 되면 총선에서 결국 더 큰 결과로 야당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친문 진영의 위상도 더욱 높아지게 됐다. 이번 선거를 대승으로 이끈 일등 공신은 누가 뭐라해도 문 대통령이다. 대통령 사진 하나면 선거 운동이 필요없다고 할 정도로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또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이 최대 승부처로 삼은 경남지사 선거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포기하며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당의 승리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차기 주자로 떠올라 정치적 영향력을 새롭게 다지게 됐다.
반면 비문계인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는 인물 경쟁력으로 친문인 전해철 의원을 제치고 본선에 나섰지만 각종 의혹에 시달리며 친문 지지자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자칫 민주당 선거 전체 판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게 되면서 향후 이 후보의 입지를 좁히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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