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베이의 야경, 연막이었던 참매, 그리고 김정은의 선택

[the300][뷰300]CVID+근본적으로 다른 체제보장이라는 '트럼프 룰' 결단할까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2018.6.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12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중국의 에어차이나 전용기를 이용했다.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 1호'도 싱가포르로 왔지만 일종의 '연막'으로 소비됐다. 낙후된 'IL(일류신)-76' 기종으로, 싱가포르까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11일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중국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간 사실을 밝혔다. '최고 존엄'이 타국의 비행기를 타야만 했던 현실을 숨기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은 그랬다. 그는 "문 대통령께서 (북한에)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럽다.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했었다. 

김 위원장은 11일 밤 깜짝 싱가포르 투어에 나섰다. 마리나베이샌즈와 같은 세계적인 관광지를 찾았다. 싱가포르의 야경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명물이다. 바다위에 떠 있는 듯한 마천루들, 그리고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들, 녹지와의 적절한 조화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 야경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마리나베이샌즈는 대한민국의 기업인 쌍용건설이 시공한 건물이다.

자신의 전용기를 믿지 못하고 중국에 비행기 대여를 요청하는 김 위원장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것을 자신의 위상과 상관없이 솔직하게 공개하는 것은 어떤 의도였을까. 낙후된 국가를 뒤로 하고 세계최고 수준의 야경을 보는 그의 느낌은 어땠을까. 그 중 최고의 건물이 다름아닌 한국 기업의 기술력으로 지어진 것은 알고 있었을까. 여러가지 확인할 길 없는 의문과 질문들이 떠올랐다.

이제 그 의문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마주한다. '포커플레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한 가지 룰을 요구하고 있다.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택하고 근본적으로(fundamentally) 다른 체제안전 보장 속에 경제지원을 받으라는 룰이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투어를 나서는 길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함께 했다. 한국인들도 상당히 많았다. 자신을 향한 함성에 김 위원장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저 자신의 '인기'를 실감해서 보인 여유가 아니었으면 한다. '트럼프 룰'의 선택을 앞둔 자신에 대한 기대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함성이 야유로 바뀌는 것은 한 순간이다. 현장에서 만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절대로 실패하면 안 된다"면서도 "실패하면 앞으로 10년은 외교나 평화적 해결은 기회를 못찾을 것"이라고 했다. '평화'라는 역사적 선택의 무게감을 김 위원장이 느끼고 있었기를 바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로 들어서며 밝은 표정을 지은 채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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