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와 평화' 센토사섬…'펜스' 두른 카펠라 호텔

[the300][북미정상회담 D-1] 섬 전역, 출입 원활…호텔 인근은 '초긴장' 상태



북미정상회담의 무대인 싱가포르 센토사섬. 말레이시아어로 '고요와 평화'라는 뜻이다. 대표 관광지기이도 한 섬은 이름답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정상회담 채비를 갖추고 있다. 반면 두 정상의 '링'이 될 센토사섬 중앙의 카펠라 호텔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취재진 출입 금지는 물론, 오는 16일까지 일반 투숙객의 예약도 받지 않는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카펠라 호텔은 일절 접근이 차단됐다. 호텔은 지난 6일 북미회담 장소로 확정된 직후 준비에 착수했다. 호텔 건물 2층은 일부 구역이 천장에서 바닥까지 닿는 검은 커튼으로 가려졌다. 두 정상의 이동 통로가 구역으로 추정된다. 호텔 외곽에는 2m 높이의 노란색 철 펜스가 둘러졌다. 경호인력들이 머물 텐트도 설치됐다. 

카펠라 호텔 외곽에 설치된 2m 높이의 노란색 철제 펜스/사진=뉴시스


대로변에서 호텔 건물로 향하는 진입로 등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다. 3인 1조, 혹은 2인 1조로 이뤄진 경찰들이 주변을 돌면서 순찰했다. 회담 당일엔 5m~10m 간격으로 호텔을 둘러 경계병력이 배치될 예정이다.

호텔 정문엔 '경찰 검문'(Police Check)·'명령에 따르시오'(Comply the Orders)라고 적힌 경찰 지판이 놓였다. 호텔에 진입하는 모든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이 이뤄졌다. 정상회담 관계자가 아니면 출입이 거부됐다. 이에 회담장을 취재하기 위해 모인 각국 취재진들이 호텔 맞은편 인도에 서서 서로를 취재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 앞에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폴리스 체크 구역'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당초 정상회담 장소로는 샹그릴라 호텔이 유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 기간 숙소로 이용하는 곳이다. 특히 지난 4일 싱가포르 정부가 샹그릴라 호텔이 포함된 탕린 지역을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사실상 확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5일 센토사섬도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되며 분위기가 반전했다.

결국 12일 카펠라 호텔이 정상회담 장소로 최종 확정됐다. 최종 낙점된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먼저 경호 문제다. 센토사섬은 싱가포르 앞바다에 있는 넓이 4.71㎢의 섬이다. 본토와 통하는 길은 700m가량의 다리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이 전부다. 이를 차단하면 외부의 접근을 쉽게 막을 수 있다.

이 가운데서도 카펠라 호텔은 센토사섬 안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저격이나 염탐 등이 어렵다. 진입로 역시 250여m의 구불구불한 진입로만 차단하면 접근이 불가능하다. 반면 샹그릴라 호텔은 싱가포르 최대 번화가에 위치해 있다. 대로변에서 호텔로 접근하는 통로 역시 세 군데나 된다. 

북미정상회담 회담장소로 선정된 싱가포르 센토사섬 내 카펠라호텔과 팔라완 해변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2일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을 주요 의제로 하는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사진=뉴스1

샹그릴라 호텔의 유명세가 반대로 카펠라 호텔에 기회를 줬다는 평가도 있다. 샹그릴라 호텔은 대규모 국제 회의 등을 유치하며 유명세를 탔다. 특히 2015년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타이완의 마잉주 총통이 양안회담을 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들 두 정상의 만남은 66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북미정상회담에 버금가는 이벤트다.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세기의 외교 이벤트를 대내외에 각인시키자면 이미 양안 회담 장소로 쓰인 샹그릴라 호텔은 회담 장소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카펠라 호텔은 샹그릴라 호텔과 같은 5성급 호텔이지만, 국제 행사 장소로는 처음이다. 호텔이 위치한 센토사섬의 뜻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지향하는 북미정상회담 이미지를 보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 위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의 휴양지 '마라라고 리조트'/사진=마라라고 리조트 페이스북 캡처

마지막으로 카펠라 호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선호다. 일각에서는 카펠라 호텔의 외형과 분위기가 '마라라고'와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마라라고는 플로리다 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휴양지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마라라고 리조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휴가 때마다 찾은 곳이었을 뿐 아니라 시진핑 주석, 아베 신조 총리 등과 정상회담을 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겨울 백악관'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한편 긴장 상태인 호텔 주변을 제외하곤 센토사섬 전역은 평안한 분위기다. 섬으로 출입하는 다리와 모노레일, 케이블카도 모두 정상운영했다. 관광객들도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에서 평소와 다름 없이 관광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센토사섬을 지나던 한 택시기사는 "아마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도착할 때 섬이 통제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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