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우리동네' 공약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the300][내 삶을 바꾸는 지방선거]<상>-①유권자의 공약 관심이 유능한 일꾼 뽑는다


20만개.


6.13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9300여명의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 개수다. 1인당 평균 22개를 발표했다. 후보들은 이번 선거를 ‘정책선거’라고 외친다. 하지만 국민들이 볼 땐 여전히 ‘깜깜이 선거’다. 이 많은 공약을 제대로 살펴볼 수 없다. 이유는 많다.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에 경제, 민생 등 정책이 묻혔다. 정치권의 정쟁,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 등도 유권자의 관심을 공약보다 정치 싸움에 두게 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11일 발표한 이번 지방선거 정책 기상도가 '전국 흐림'으로 나온 것도 이때문이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을 △후보자 총 공약 제시 여부(30점) △후보자 공약 대차대조표 제시 여부(20점) △중앙선관위 후보자 정책토론회 △후보자 선거공보 공약 내용의 구체성(15점) △정당 선거공보 공약 내용의 구체성(15점) 등 100점 만점 기준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줄짜리 공약이 가득한 천편일률적인 선거 공보물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부산(90점 이상)과 서울(80점 이상), 대구·충북(각 70점) 등 4곳이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았다. 부산은 후보자들이 공약과 더불어 재정 계획을 공개해 평가가 가장 좋았다. 나머지 지역은 공약 승부보단 유권자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은 다툼들이 많아 점수가 낮았다. 특히 막말 파문과 개인사 폭로 등 상대 후보 흠집내기와 네거티브로 얼룩진 인천과 경기는 낙제점을 받았다.

유권자들은 이런 정치 악습에 염증을 느낀다. 깜깜이 선거라고 치부하며 투표를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투표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천지 차이다. 우선 경제적 기회비용이 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때 유권자들의 ‘내 삶을 바꾸는 한 표’의 가치는 2900만원이다. 선거에 들어가는 총 비용 1조700억원을 유권자수로 나눈 게 그렇다. 투표를 하지 않거나 사표를 만들면 2900만원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아울러 제대로 된 심판의 기회를 날린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문제해결 방안과 비전 설정을 위한 정책의 결정 과정이다. 특히 지방선거는 지역마다 고유한 과제들을 의제화하고 다양한 해법들이 정책으로 제시돼야 한다. 투표로 주민들의 총의를 모아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많은 후보들이 북미 정상회담 등 국내외 대형 이슈에 몸을 숨기려 하거나, 인격 살인적인 비방과 무책임한 색깔론을 제기하는 등 지방자치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IT기술의 혁명적 발전 과정에서 치러지는 중요한 선거다. 인구절벽에 따른 지방소멸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른 대응 전략 등 다양한 해법들이 나와야한다. 또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비롯해 우리가 숨쉬며 살아가는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들이 눈에 보여야한다. 아울러 교육문제 개선을 비롯해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살아 가는데 필요한 법안들이 만들어져야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초당적 협력과 기업투자를 적극 유치할 수 있는 지역별 맞춤형 지원책도 필요하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새로운 산업 유치와 청년들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여건조성도 마련돼야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들이 꼼꼼하게 공약을 살피고 투표할 때 우리 지역을 위해 진심을 다할 유능한 일꾼을 찾아낼 수 있다. 유권자 스스로 행사하는 한표, 한표가 모여 세상을 변화시키고 내 삶을 바꾸는 것이다.

이광재 매니페스토본부 사무총장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여론자사 결과가 금지된 직후부터 각 후보자들이 사활을 걸고 비방전에 나서거나 검증 안 된 대형 공약을 제시하는 등 여론전을 펼칠 수 있다”며 “유권자들이 이에 현혹되지 않고, 진정한 정책대결 선거로 치러질 수 있도록 현명해져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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