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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자유한국당 경북지사 후보가 5일 오후 경북 김천역 광장에서 지역 후보들과 합동 유세를 하던 중 유권자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있다. /김천(경북)=강주헌 기자 |
자유한국당의 선거는 '빨간색의 선거'로 치러질 예정이었다. 빨간색이 정당의 상징색인데다가 당대표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떠올리게 하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선거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안보 프레임'을 비유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른바 '색깔론'으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해 왔던 선거 전략을 말한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기대했던 '빨간색 선거'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지난 대선에서 떠오른 '적폐청산' 프레임이 정권 견제 프레임보다 강하게 작용하면서 여당의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리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져 전통적인 '안보 프레임'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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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김정은-트럼프는 12일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갖는다. (싱가포르 국제미디어센터, AFP)2018.6.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파란 넥타이'의 트럼프…'반미' 홍준표?=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짙은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평소 빨간색 넥타이를 즐겨 맸던 것과는 '색'다른 모습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만남을 앞두고 파란색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는 자유한국당의 심경은 복잡미묘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때에는 대북 강경 노선을 고수할 것이란 믿음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환호를 보냈지만 북미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넘어 배신감마저 토로하고 있다.
급기야 홍준표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켜 "외교도 장사로 여긴다"며 쓴소리를 하는가 하면 북미정상회담의 방향에 대해 "미국의 안보만 담보된다면 어떤 방향으로든 합의할 수 있다는 식의 시그널(신호)을 주는 것은 미국이 자유 세계의 리더라는 위치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 일자에 대해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정치적 상황과,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이 우리 지방선거 하루 앞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해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른바 '신(新) 북풍론'의 제기다.
이같은 홍 대표의 모습에 "반미 투쟁을 하는 것이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그동안 홍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이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색깔론'으로 몰아붙이던 주요 근거 중 하나가 미국과의 관계였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입장 차이로 하루아침에 친미와 반미의 개념이 바뀌어 버리는 상황이 자유한국당에 벌어진 셈이다. 자유한국당의 '빨간색 선거'도 자연히 힘이 빠져버리는 결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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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의 TV광고 화면. |
◇'파란' 자유한국당 후보…이미지 희석 시도= 남경필 경기지사 자유한국당 후보의 TV광고는 얼핏 보면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광고로 착각이 들 정도다. 화면 배경과 단상의 팻말, 현수막 등 광고에 등장하는 모든 배경을 짙은 파란색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기호를 나타내는 '2'를 제외하면 남경필 후보가 자유한국당 소속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정보는 거의 없다.
남 후보는 TV광고 뿐 아니라 선거홍보물에도 파란색 계통의 색을 적극 차용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당색인 빨간색은 최대한 사용을 자제했다.
남 후보 측은 촬영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촬영이 쉬운 색으로 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당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생긴다. 당의 부정적 이미지가 주는 여파를 최소화하고 남 후보의 인물 경쟁력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당 후보보다 더 여당 후보처럼 보인다.
남 후보처럼 파란색을 대놓고 사용하지는 못하더라도 빨간색 대신 흰색을 '메인 컬러'로 사용하는 자유한국당 후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 색깔을 감추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뜻인데 그만큼 자유한국당 자체가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주고 있다고 후보들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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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미국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낼 북미정상회담 관련 공개서한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선거에 도움안되는 홍준표…지원유세 거부 줄이어=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이 강세인 지역에서도 홍 대표 지원 유세를 거부하는 현상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거 전 마지막 주말이었던 지난 9일과 10일 홍 대표는 대구와 김천 등 TK(대구경북) 지역 지원 유세를 계획했으나 후보들의 거부로 이를 취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차 범위까지 추격하며 상승추세인 상황에서 홍 대표가 지원 유세에 나서는 것이 득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미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후보들이 홍 대표 지원 유세 현장이 나타나지 않는 '홍준표 패싱'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이에 따라 홍 대표는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해야 했고 후보들은 "웃프지만 다행"이라며 이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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