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비용만 약 1000만달러…007 뺨치는 김정은 싱가포르 수송기

[the300]수송기 3대·숙소엔 구르카 용병… 인민복 차림 金, 싱가포르 외무장관이 영접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해 영접나온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 국제미디어센터 제공) 2018.6.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평양에서 출발한 3대의 항공기가 시차를 두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 세 대의 비행기중 한 곳에 탑승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세대의 비행기를 띄운 것. 김 위원장이 묵을 싱가포르 숙소인근에는 구르카 용병까지 배치됐다.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는 경호에만 약 1000만 달러(약 108억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항공기 궤적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다24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평양발 싱가포르행 항공기 3대가 1~2시간 간격을 두고 잇따라 이륙했다. 구 소련제 일류신-76 수송기(IL-76)와 에어차이나 소속 항공기 CA61 1대, 김 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IL-62M)가 순차적으로 평양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출발한 IL-76 수송기에는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이동할 때 탈 전용 방탄차(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와 이동식 화장실 등이 실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의 방탄차는 자동 소총은 물론 수류탄, 화염방사기, 화염병, 화생방 공격을 막아낼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됐다. 이동식 화장실은 김 위원장의 건강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동원한 걸로 보인다.

오전 8시39분 쯤에는 CA61, 오전 9시30분 쯤에는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기가 뒤이어 평양을 출발했다. 참매 1호기는 정기 여객기와는 달리 관제용 호출부호(콜사인)이 표시되지 않았다. 목적지도 불명이었다.

두 항공기는 이동경로도 달랐다. CA61편 항공기는 이날 오전 4시 18분(중국시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출발해 오전 6시 20분(한국시간)쯤 평양에 도착했다. 이후 평양에서 출발해 중국 하이난성과 베트남 영공만 거쳐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참매1호는 평양을 출발해 중국 베이징을 경유한 뒤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 국경을 거쳐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1호'가 아닌 CA61편 항공기로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이 같은 비행기를 타고 김 위원장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매1호기에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직접 영접했다. 감색 인민복 차림에 호피무늬 뿔테 안경을 쓴 김 위원장은 항공기 탑승 계단에서 내린 후 마중나온 발라크리쉬난 장관과 환하게 웃으며 악수했다.

김 위원장이 도착한 직후 공항 내 VIP 구역은 현지 경찰에 의해 봉쇄됐다. 이후 김 위원장을 태운 리무진을 포함해 20대가 넘는 차량이 현지 경찰 등의 호위를 받으며 공항을 빠져나가 세인트리지스 호텔 방향으로 이동했다. 리무진에는 북한 인공기가 달려 있었다.

이에 김 위원장의 숙소로 알려진 세인트레지스 호텔 일대 도로가 전면 통제되기 시작했다. 호텔로 진입하는 4차선 일방통행로가 모두 막혔고 취재진들과 시민들은 양쪽 도로 밖 인도에서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싱가포르 무장경찰과 네팔 구르카용병 등이 호텔 인근에 배치돼 도로를 철통 방어했다. 조선중앙통신 기자로 보이는 북측 취재진 일부는 통제된 도로 위에서 카메라를 들고 자유로이 취재활동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양정상이 묵을 숙소 주변은 전날부터 철통경계가 이뤄졌다. 김 위원장 숙소인 세인트레지나 호텔 앞은 수십여명의 무장 경찰, 네팔인들로 구성된 구르카 용병 무장병력이 에워쌌다. 검문을 위한 대형 천막이 설치됐고 현지 경찰은 출입차량의 트렁크까지 검색했다. 호텔 로비에는 전날까지 없던 엑스레이 검색대가 세워졌다. 북한 경호원들도 활동했다. 김 위원장 비서실장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도 이 호텔에서 막바지 점검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반면 이곳에서 불과 600m 떨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숙소 샹그릴라 호텔 인근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차량검색은 실시했지만 투숙객 등 행인들은 이날 오전까지 별도의 검색 없이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철통 경호'를 선호하는 김 위원장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맞춰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북미회담을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약 2000만달러의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현지언론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이 중(2000만달러) 약 절반이 경호 비용"이라며 "모두 우리가 기꺼이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센룽 총리는 이날 북미 정상회담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F1(포뮬러원) 경기장을 직접 찾아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세기의 회담을 앞두고 전세계에서 몰려온 기자들은 빈 책상에 언론사 이름만 적어서 올려두는 등 자리 맡기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약 100여명의 기자들은 취재 허가를 받고도 등록을 위한 바코드를 받지 못해 오후까지 대기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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