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의 트럼프 vs 7년의 김정은

[the300[트럼프투데이][6·12 한반도 대전환-세기의 첫만남]⑥70년 기다림 풀고 평화의 문 입구에

김성휘 기자 | 입력 : 2018.06.11 04:36

트럼프 미 대통령 트위터의 취임 500일 기념 게시물/트위터 캡처

500일과 7년의 사이.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기다림의 시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4일로 취임 500일을 지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7년 집권했다. 물론 한반도는 전쟁 발발부터 따져도 70년 가까운 세월을 견디고 기다려 왔다. 그래도 두 정상은 각각 전임자들과 다른 리더십을 보인다. 마침내 궁극적 해결에 접근하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4일 트윗에 숫자 500이 큼지막하게 걸렸다. 취임 500일이었다. 백악관은 그간 미국을 더 위대하게(greater) 만들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지자들은 리트윗으로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500일을 백악관에서 지내기는 만만치 않았다. 낮은 지지율, 뮬러 특검은 조여오고, 공약 진척은 쉽지않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6월12일을 앞뒀다. 500일하고 일주일을 넘긴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00일보다 남은 임기가 더 낫기를 바란다. 당장 11월 미국 의회 중간선거는 물론이고 자신의 재선까지 바라본다. '500일의 협상가'에게 싱가포르는 모멘텀이 돼야 한다. 북핵 해결(의 시작)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500일보다 오래 기다렸다.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의 죽음으로 권좌를 승계했다. 사실상 2012년부터 집권했다고 봐도 벌써 7년째다. 그에게 '6월12일 싱가포르'는 자신과 체제의 안전을 건 운명의 게임이다. 북한이 가짜 비핵화라는 기만술로 협상 우위에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국면이 김정은의 시간표대로 가고있단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김 위원장이 치밀하게 '준비'한 면은 있다. 숙청과 검열로 권력기반을 다지고 장마당(시장)을 확대한 건 다가올 개혁개방시대를 버틸 기초체력을 기른 셈이다. 거듭된 핵 고도화, 미사일 도발을 통해서는 미국을 향한 협상력도 가다듬었다. 그러나 더이상 기다리기 어렵다는 점은 명백하다. 먹고사는 문제를 지금부터 풀지 못하면 아무리 선군, 철권 통치를 하려 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 자신이 스위스 유학 등 N세대의 특징을 지닌 김 위원장이 누구보다 잘 안다.

'기다림' 면에선 문재인 대통령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는 12일은 지난해 5월9일 문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일부터 400일째다. 이 기간 문 대통령은 끈기있게 기다렸다. 그러나 중요 국면엔 그 자신도 숨가쁘다 여길 정도로 속도를 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시 6년을 더 번다. 김 위원장은 예측불가다. 수십년이 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혹시 이번이 안 돼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다르다. 단임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4년이 채 안 된다. 정책을 힘있게 밀고갈 시간은 더 짧다. 다음 정부가 승계할 순 있지만 미국과 북한 등 관련국의 조건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그러자면 문 대통령 임기 안에 확실히 진전을 봐야한다.

싱가포르엔 볶음밥 메뉴가 등장했다.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 중 미국 자리에 '하모니'를 넣었다. 한국이라면 '평화'를 넣었을 법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500일간 기다린 '업적'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7년 기다린 '생존' 보증수표가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에겐 셋 중 가장 짧은 기간 안에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숙제가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뉴시스】조성봉 기자 = 북미정상회담을 엿새 앞둔 6일 오후 싱가포르 선텍시티 한 음식점에서 북미정상회담 기념 '트럼프-김정은 김치 쇠고기 볶음밥(Trump Kimchi Nasi Lemak) 특별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홍보 전단지. 2018.06.06. suncho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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