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승현 기자

대한민국은 사실상 섬나라다. 우주에서 한반도의 밤하늘을 보면 뚜렷이 확인된다. 한국의 밝은 불빛은 북한이라는 암흑에 가로 막힌 채 동해와 서해 사이에 떠 있다. 일본처럼 진짜 섬나라도 아니어서 북으로도 남으로도 뻗어나갈 길이 부족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상황이 바뀐다. 우리 정부의 중재 하에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최초로 만나 북핵 문제를 해결하면 '안보'에서 '경제'로의 의제 전환이 시작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대의 압박'에 대해 "쓰기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핵화 이후 제재 완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도 그동안 대북 경협 사업과 관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본격적인 검토가 시작될 것"이라고 해왔다.

북핵 해결의 중재자이자 한반도 평화구축의 당사자로 활약한 한국은 북한이라는 교량을 대륙을 향해 놓을 수 있다. 우주에서 본다면, 암흑의 땅 북한에 핏줄이 흐르듯 철도와 도로들이 놓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 '핏줄'을 통해 유입된 한미일러중 5개국의 자본이 유입돼 살과 근육이 생겨 다자적 상호의존체제가 고도화되면 평화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 이후 추진할 최우선 사업으로 검토하는 게 철도·도로 건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철도가 연결될 수 있다면 가스관이 시베리아로부터 북한을 경유해 남쪽까지 올 수 있다"며 "무궁무진한 경제영역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 기회를 가진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륙국가로의 전환은 성장동력 확보의 방법이다. JP모간은 최근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경협이 시작되면 북한 내 사회기반시설(SOC), 전력 인프라 투자 유치, 개성공단 가동, 금강산 관광 등을 통해 기업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 대통령도 책에서 "우리 경제 영역이 북한을 통해 대륙으로 확장해나가는 것 외에는 남아있는 출구가 별로 없다"며 "북한과의 평화 교류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라고 했다.

이같은 구상이 성공하면 동북아 허브국가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우리가 누빌 수 있는 '판'이 바뀌는 것이다. 이것을 염두에 둔 게 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이다. 북한이라는 다리가 끊긴 상황에서는 반쪽짜리 구상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중앙아시아 및 연해주를 잇는 교량국가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게 가능해진다.

'평화'를 한국의 소프트파워로 브랜드화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한국은 촛불혁명을 통해 부정한 권력을 평화적으로 교체한 것에 이어 분단까지 평화적으로 해결한 유일한 나라가 될 것이다. 중국·일본에 비해 하드파워에서 밀리는 한국이 아시아에 내세울 것은 소프트파워다. '식민지→내전→독재→산업화→민주화'의 과정을 모두 거친 것에 이어 '평화'까지 더한다면 아시아 등지의 개도국들에게 성공적인 '롤모델'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약해진다. 북한과의 대립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및 핵실험을 할 때마다 증시는 등락을 반복해왔다. 북핵 문제의 해결은 남북관계 개선에 그치는 게 아니라, 북한과 한미중일러 6개국간 다자협력의 주춧돌을 놓는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실제 모간스탠리는 북한 비핵화에 따른 개방이 일어날 때 코스피가 현 지수 대비 6~8% 추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이후 이같은 과실들을 수확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과 북이 평화를 통한 공존번영의 경험은 모두에게 유익하며 통일 이전의 선체험이기도 하다"며 "이 체험은 남과 북은 물론 미중일러 등 주변국에게도 평화를 넘는 번영의 기회로 한반도 통일을 향해 더 큰 지지와 연대의 에너지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