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싱가포르=AP/뉴시스】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됐던 싱가포르의 북한 대사관 입구 모습.2018.05.11 |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6·12 북미정상회담 취소에 대해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며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말했다.
김 제1부상은 결론적으로 미측에 대화 재개를 요구했는데, 뜯어보면 북측의 위신을 끝까지 지키는 가운데서도 미측을 달래려는 노력이 곳곳에 숨어있다. 각 문단별로 주요 포인트에 줄을 쳤고, 해설은 붉은색으로 표기했다.
다음은 김 제1부상의 담화 전문과 분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은 25일 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하였다. 지금 조미사이에는 세계가 비상한 관심속에 주시하는 력사적인 수뇌상봉이 일정에 올라있으며 그 준비사업도 마감단계에서 추진되고있다.
▶다음달 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 전세계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북미간 적대관계를 철회할 이번 회담 개최의 세계사적 의의와 필요성, 명분을 강조했다. 또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간 비핵화 조율이 거의 마감단계에 있다면서 그간 진행상태가 순조로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 가운데 24일 미합중국 트럼프대통령이 불현듯 이미 기정사실화되여있던 조미수뇌상봉을 취소하겠다는 공식립장을 발표하였다.
▶북미회담이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트럼프대통령은 그 이유에 대하여 우리 외무성 최선희부상의 담화내용에 《커다란 분노와 로골적인 적대감》이 담겨져있기때문이라고 하면서 오래전부터 계획되여있던 귀중한 만남을 가지는것이 현 시점에서는 적절치 않다고 밝히였다.
나는 조미수뇌상봉에 대한 트럼프대통령의 립장표명이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념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단정하고싶다.
트럼프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로골적인 적대감》이라는것은 사실 조미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페기를 압박해온 미국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을 통해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 서한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지금은 부적절하다"며 "최근 북한이 보인 엄청난 분노와 적대감을 고려할 때 이번 만남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24일 담화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최 부상은 담화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폭스튜스 인터뷰에서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을 문제삼으며 "미국 부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리비아 모델'이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고 나중에 대가를 보상하는 일괄타결 프로세스를 말한다.
김 제1부상은 최 부상의 이 발언이 '반발'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자제를 요청했을 뿐이라는 의미다. 실제 미국 내에서 최근 펜스 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들이 북한에 비핵화 허들을 높이면서 강경 발언을 이어왔으며, 이에 북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일부 강경파 개인을 겨냥해 담화를 발표해왔다.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는 력사적뿌리가 깊은 조미적대관계의 현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주고있다.
▶김 제1부상은 북측이 나름대로 노력해왔음에도 회담이 취소된 점에서 역설적으로 적대적인 북미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대화가 필요하단 점을 강조하고 있다.
력사적인 조미수뇌상봉에 대하여 말한다면 우리는 트럼프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데 대하여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하여왔다.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워온 것과 비슷한 화법이다. 아울러 북측이 트럼프 대통령을 볼턴 보좌관과 펜스 부통령과 차별화하고 있다.
 |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편지를 통해 예정된 역사적 회담은 “적절치 않다(inappropriate)”라면서 회담을 취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5.24. (사진=CNN 캡쳐) photo@newsis.com |
그런데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취소를 발표한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수뇌상봉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자신감이 없었던탓인지 그 리유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우리는 력사적인 조미수뇌상봉과 회담 그자체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첫걸음으로서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두 나라사이의 관계개선에 의미있는 출발점이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성의있는 노력을 다하여왔다.
또한 《트럼프방식》이라고 하는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해결의 실질적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다.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김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볼턴 보좌관의 리비아식 핵폐기에 강력 반발하자 "우리는 리비아식 모델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뒤따를 모델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델"이라고 사태를 진화한 바 있다. 김 제1부상은 이번 담화에서 이를 다시 거론하며 '트럼프식 모델'에 기대감을 가졌다고 회담 불발이 안타깝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 따라서 세계에는 해악이 되겠지만 우리 서로를 위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임을 이 서한을 통해 알리고자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말해온 "시간 낭비를 하지 않겠다"와 일맥상통하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도 다음달 12일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물릴 수 있다고 북측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었다. 최후통첩 이후에도 북측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오히려 펜스 부통령을 강력 비난하자 회담 자체를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도 트럼프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수 있을것이라고 하시면서 그를 위한 준비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오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의 일방적인 회담취소공개는 우리로 하여금 여직껏 기울인 노력과 우리가 새롭게 선택하여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의 일방적인 회담취소공개는 우리로 하여금 여직껏 기울인 노력과 우리가 새롭게 선택하여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있다.
▶이번 담화에서 가장 강도가 센 유감 표명이 드러난 부분이다. 김 제1부상은 그간 북측 나름대로의 회담 성사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점이 부당하며 회의감을 들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것이다.
▶미측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저버렸음에도 자신들은 회담을 재개할 용의가 있으며, 그것은 한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이란 목표 때문이라고 명분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에도 대화를 요구하는 것이 자칫 '저자세'로 비칠 수 있는데, 북측이 대범한 자세로 미국에 시간과 기회를 준다는 능동적 포지셔닝으로 이를 상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것이다.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끝)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 취소 서한에서 "마음을 바꾸면 연락하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 제1부상은 이에 응하면서도, 미측이 선뜻 회담 취소 발언을 번복하기 부담스러울 것에 대비해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해결방식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시기와 형식에 상관 없이 대화에 나설 의지가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
[저작권자 ©the30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 빨간펜으로 본 文대통령 입장, 北 패턴 지적·핫라인 암시2018.05.25 11:47
- 빨간펜으로 본 트럼프 서한…협상 가능성 남겼다2018.05.25 11:32
베스트클릭
- 1'175석' 민주당, 국회의장+법사위원장 요구…원구성 난항 예고
- 2'태풍이 된 남자' 조국 현상의 3가지 이유
- 3"군대 가기 싫어" 여친도 도왔다…적발된 169명 수법 보니
- 4"군대 가기 싫어"…없던 '뇌전증·우울증' 등 만든 159명의 최후
- 5[영상]북한 침투했던 그 무인기…표적 찍자, K9 포탄 140발 '쾅쾅'
- 6與 유용원 "국방안보에 청춘 바쳐…31년 전문성으로 승부"
- 7'AI·우주·반도체' 등에 올해 4000억 투자…K-방산 수출 뒷받침
- 8'채상병 특검 논란' 속 해병대 75주년…사령관 "거친 파도 이겨내자"
- 9北, 이란처럼 드론·미사일 섞어 보내면?…"공격 탐지·요격 가능"
- 10방사청, 기업 경영개선에 3000억 금융지원…K-방산 수출 돕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