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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4번갱도 관측소 폭파 순간. /사진=뉴스1

북한이 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의 2·3·4번 갱도를 차례로 폭파한 전 과정이 공개됐다. 북측은 핵실험장 폐기식 전 브리핑을 진행했으며, 갱도 폭파 전 사전 답사도 진행했다. 특히 방사능 오염이 위험이 없단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핵실험장 폐기식을 참관한 우리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은 폐기식 전 브리핑에서 폐기식의 각 단계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숫자 1로 표기한 동쪽 갱도는 2006년에 첫 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폐기 시켰다"며 3번·4번 갱도는 핵실험을 즉시 단행할 수 있게 특별히 준비된 갱도로 어떤 피해도 입지 않고 생생히 보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이 이미 용도폐기 상태라고 지적한 데 대한 반박으로 읽힌다.

이어 취재단은 2번, 4번, 3번 갱도를 차례로 답사하며 갱도의 폭파 전 모습을 관찰했다. 갱도에는 폭약선이 거미줄처럼 쳐 있었다. 북측 관계자는 오전 11시 "촬영 준비 됐나"라고 물은 뒤 "3, 2, 1" 카운트다운 후 2번 갱도 폭파를 진행했다. 갱도 입구쪽 폭음 이후 안쪽에서 2차례 폭음이 울렸고, 입구 위에서 4~5m가 무너져내렸다. 굉음과 함께 짙은 연기가 계곡을 뒤덮었고 연기가 걷히자 관측소에서 부서져나온 나무파편들로 가득했다.

북측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는 "전문가에 따르면 폭발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갱도 입구는 완전히 막혔다"고 밝혔다. 일부 취재단이 갱도 가까이에서 현장답사를 진행했다. 흙과 바위조각 더미가 무너져 내려 갱도 입구가 완전히 봉쇄된 모습이었으며, 관측소 또한 목재조각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고 문짝과 창틀이 모두 날라갔다. 핵무기 연구소 관계자는 "벽에 다이너마이트를 박고 무너지게 했다"며 "총 8개 폭약을 심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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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을 했다. 5개국 국제기자단이 폭파 전 2번 갱도를 취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뉴스1

오후 12시쯤 폭파 대상인 군 막사에서 취재단과 북측 관계자가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군 막사 처막에 제비집을 발견한 기자가 제비가 방사능에 민감하지 않느냐고 묻자 북측 관계자는 "그만큼 방사능이 없다는 얘기"라며 "개미도 방사능에 민감한데 엄청 많다"고 말했다.

또 북측 조선중앙TV 기자는 3번 갱도 앞 개울가를 가리키며 마셔보라고 권했다. 그는 "신덕 샘물이 PH 7.4인데 이 물은 PH 7.15로 마시기가 더 좋다. 방사능 오염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오후 4시17분까지 핵실험장의 갱도 총 4곳 중 3곳을 2, 4, 3번 순으로 폭파했다. 생활건물 여러 동과 관측소, 군 막사 등도 폭파했다. 모든 폭파 작업을 마친 후 북측 관계자는 "모두 성과적으로 끝났다. 축하한다"고 무전으로 주고받았다.

이어 핵무기 연구소 부소장이 나와 조선민주주의공화국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육성으로 발표했다. 그는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는 앞으로도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계, 민주의 꿈과 이상이 실현된 자주화된 새 세계를 건설하기 위하여 세계 평화 인민들과 굳게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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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북한군이 폭파에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문을 닫고 있다. /사진=뉴스1

취재단은 오후 5시15분쯤 차량에 탑승해 오후 6시 27분쯤 재덕역에 도착, 원산행 열차에 올랐다. 취재단은 오후 7시20분쯤 북측이 제공한 유심칩을 끼운 휴대전화를 통해 외교부 기자단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소식을 알렸다. 이어 오후 11시30분에서 12시 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단 소식을 북측 관계자를 통해 전해들었다. 외신기자단 안내원으로 추정되는 북측 관계자는 "트럼프가 회담을 취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며 화나서 웅성웅성 했다고 우리 취재단은 전했다. 취재단은 이튿날인 25일 오전 프레스센터가 있는 원산 갈마호텔에 도착해 이 같은 내용을 상세히 타전했다.

한편 우리 취재단은 갱도 내부 폭파 여부에 대해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은 갱도 입구와 내부를 모두 폭파한다고 했는데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난 것으로 보아 그런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정확히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단은 "갱도 내부는 화강암 지대고 깊이 파여 외부에서 육안으로 볼 때 갱도 안쪽의 지반 침하와 무너지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방사능 유출이 없었다는 북측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입국 때 방사능 측정기를 빼앗겼다"며 "마스크도 하지 않고 평상복으로 취재했기 때문에 귀국해 원자력병원서 측정하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취재진은 밝혔다. 북측은 폐기식 당시 노란색 안전모만 하나씩 나눠줬을 뿐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