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플레이어' 트럼프, 북핵 협상판 싹쓸이 나서

[the300]자신의 '최후통첩' 안 먹히자 최대한도 압박 카드로 협상판 재구성

최경민 기자 | 입력 : 2018.05.25 08:57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장에서 연설을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청중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발언하자, "노벨!"이라고 외쳐 트럼프 대통령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2018.04.29.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포커 플레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장 파격적인 '북미 정상회담 취소'라는 수로 북핵 협상의 주도권을 완전히 틀어쥐려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협상이라는 '포커 게임'에서 싹쓸이를 노리는 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공식화하며 "멋진 대화가 만들어지고 있었다고 느꼈는데 궁극적으로는 의미있는 대화일 때 그렇다. 최근 성명에서의 엄청난 분노와 적개심에 따라, 나는 이 오래 계획된 만남을 하는 게 지금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정상적인 협상이 어렵다는 판단에 판을 깬 것이다. 백악관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양국간 실무회담에 북측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락도 닿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북측이 존 볼턴 백악관 국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연달아 비난하며 분위기 잡기에 나서자 미련없이 협상 자체를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이 자신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이지 않은 격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의 '속전속결 일괄타결'을 강조하면서도 '물리적 여건'을 거론하며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해결을 일부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안전 보장 및 파격적인 경제지원도 언급했다.

특히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미룰 수 있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 당근을 충분히 제시하면서, 이 당근을 받지 않으면 판을 깨겠다는 의사를 충분히 전달한 것이다.

그럼에도 북측과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24일 북측이 펜스 부통령에 대한 고강도 비난을 발표하자 '최후통첩'을 그대로 이행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펜스 부통령을 겨냥해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고 지적한 것에 백악관은 인내심의 한계(last straw)를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판을 엎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자신 위주의 판을 재구성하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카드는 북한에 대한 '최대한도의 압박'이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북한에 가하던 최대 수준의 압박과 제재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김 위원장에게 "마음이 바뀌면,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고난의 행군'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식 게임'에 동참해 경제적 지원을 받을 것인지 택하라는 요구다. 

최대한도의 압박에 대한 자신감이 담긴 룰이다. 최대한도의 압박에서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미국은 중국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에 나서자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고 판단해왔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앞두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연달아 만나며 중국과 관계개선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중국에 경고를 보내며 단속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달아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만난 후 태도가 변했다. 기쁘다고 말할 수 없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북한의 '강공' 배후로 중국을 사실상 지목하며 "북한과 합의가 성사될 때까지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시 주석의 '대오 이탈'을 꾸준하게 챙겨온 것이다. 23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을 방문해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신을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로 비유했다. 그는 "협상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가능성이 '0'이었는데도 '100'으로 협상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었다.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 취소라는 최강수로 '100'의 싹쓸이에 나섰다.  


[저작권자 ©the30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목록

최신뉴스

전체기사보기

베스트클릭

  1. 1연금개혁 두고 격론..."기금 고갈 안돼" vs "미래세대 부담 줄여야"
  2. 2낙선 후유증 앓는 21대 국회…마지막 과제 '연금개혁' 매듭지을까
  3. 3'175석' 민주당, 국회의장+법사위원장 요구…원구성 난항 예고
  4. 4[기자수첩]"정치학 전공인데 투표 안 했다"는 30대, 왜?
  5. 5[속보] '이란-이스라엘' 확전 위기…외교부 "우리 국민 피해 없어"
  6. 6외교부, 이란-이스라엘 사태 대책반 가동…"국민 500여명 피해 無"
  7. 7"제1 적대국" "주적" 북한 말폭탄…'중동 위기' 남의 일 아닌 이유
  8. 8'태풍이 된 남자' 조국 현상의 3가지 이유
  9. 9"군대 가기 싫어" 여친도 도왔다…적발된 169명 수법 보니
  10. 10'대북 강경파' 美 유엔대사 방한...외교·국방장관 만나 대북제재 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