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이건희 권한 뺏자' 삼성 정조준 법안 또 발의

[the300]국회 연이은 법안·구두 압박에 재계 우려 확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 증세를 일으켜 병원에서 응급 심장시술을 받은 가운데 11일 오후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내원객들이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금융사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법이 다시 발의됐다. 정부가 '셀프연임' 차단 등 규제를 높여가는 가운데 정치권 역시 압박의 수위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금융회사 최대주주의 적격성 유지 조건 심사 기준에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충분한'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24일 밝혔다. 병상을 지키고 있는 이건희 회장을 사실상 조준한 법안이다.

금융기관은 대주주라 하더라도 금융기관의 자산이 모두 대주주의 것이 아니다. 위탁받은 자산이다. 따라서 높은 도덕성과 정확한 판단력이 요구된다. 법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별도로 최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하도록 한 이유다.

현행 법에는 변경승인요건 및 적격성 유지조건에 대주주의 의사결정 능력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적격성 심사에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적격성 심사 대상이 아닌 금융회사에 요구할수도 있게 돼 있다. 박 의원은 "결과적으로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사람이 대주주나 최대주주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자가호흡이 가능한 상태까지는 호전이 됐지만 여전히 의식이 없다.

이 회장의 상태를 문제삼는 법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앞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을 확대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역시 의사능력이 없는 사람이 대주주로서 자격심사를 받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게 발의 배경이다.

채 의원은 이와 함께 대기업집단을 지배하는 '동일인' 지정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을 함께 냈다. '독립적으로 사리를 분별하거나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경우 동일인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한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복수의 제동장치를 만들겠다는 거다. 

문제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해석에 따라 현장의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법이 현실화되고, 이 회장이 계속해서 의식을 되찾지 못하면 금융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 이 회장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렸었다. 정부가 심사를 마친 사안에 대해 국회가 제동을 걸고 매각을 압박하는 양상이 될 수 있다. 

궤는 다르지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재계가 요구하는 경영권 방어 장치는 시대에 역행한다"는 내용의 입장을 내놓은 것 역시 정치권의 기류를 잘 보여준다는 평이다. 박 의원은 "현행 상법이나 정관에도 충분한 경영권 방어장치가 있다"며 재계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정치권의 이런 분위기에 재계는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기업을 압박하는 정책만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어디서 숨을 돌려야 할지 알 수 없다"며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해놓고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는 모순적 정책의 어디에서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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