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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17.11.09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태도 변화의 배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추측은, 확신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한반도 문제가 당사국이 아닌 G2(미국·중국)간 '힘의 논리'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을 두 번째 방문하고 떠난 다음에 태도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것에 대해서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내용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제스 스톨톤버그 나토(NAT0) 사무총장과의 만남에서도 "김 위원장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시 주석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며 "확실히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7~8일 이틀 동안 중국 다롄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지난달 27일) 직후, 미국과의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와중의 만남이었다. G2 사이에서 북핵의 몸값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중으로 해석됐었다.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직접 방문해 북한 억류자 3명을 송환받은 것을 절정으로 북측의 대화 기류는 약해졌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한국에 통지문을 보내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후 미국의 강경파에 대한 비난 담화까지 나와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이 흔들리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흐름의 변곡점이 된 게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다롄 회동이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것이다. 실제 북중 관계 개선은 북한의 태도 변화 이유 중 하나로 꼽혀왔다.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인 쌍중단(雙中斷)을 주장해왔는데, 최근 북측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세력균형을 원하는 중국을 통해 경제제재를 풀고, 비핵화 프로세스는 후순위로 미루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합의가 성사될 때까지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최근 국경이 더욱 허술해져 북한 주민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들었다"며 "나는 북한 주민이 국경을 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는 합의문에 서명한 뒤에 일어나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최대한도의 압박' 대열에서 이탈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중국 측은 반발했다. 지난 19일 환구시보는 "유치한 논리다. 북한의 태도가 돌변한 데 대해 중국 탓만 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대북 정책에서 원인을 찾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북한이 놀랄만한 양보를 하는 와중에도 미국은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북한에 더 큰 요구를 했을 뿐 북한의 양보에 대해 신속한 호응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반도 문제가 G2간 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반길 일이 아니다. 국제정치에서 슈퍼파워간의 대립은 세력균형으로 이어진다. 동북아의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전통적인 대립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바탕으로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성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핵의 중재자로 운전대를 다시 꽉 잡는게 시급하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비핵화 합의를 남북미간 우선 체결하고, 그 원심력으로 중국까지 종전선언에 포함시킨다는 구상에 힘을 실을 태세다. 첫 테이블부터 G2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대립할 경우 속도감있는 비핵화의 추진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이 함께 종전을 선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6·25 정전선언국인 만큼, 중국이 종전선언에 필수적이긴 하지만, '남북미' 테이블에서의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 종전선언 단계에서 남북미중, 4자의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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