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고위급회담 연기·美에 "정상회담 재고려" 北 노림수는

[the300]대미 협상력 의식, 미 강경파 견제..백악관도 분주(종합)

【평택=뉴시스】이정선 기자 = 북한이 지난 11일부터 실시한 ‘2018 맥스 선더’ 한미연합공중전투훈련을 문제 삼으며 16일 예정이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 발표한 16일 오전 경기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상공에서 F-16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 2018.05.16. ppljs@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북한이 맥스선더 훈련(한미 공중연합훈련)에 반발해 판문점선언 후속 이행 논의를 위한 고위급회담 취소를 통보한 16일 오전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05.16. mangusta@newsis.com
북한이 16일 진행중인 한미 합동 공군훈련 '맥스선더'(Max Thunder)를 빌미로 이날 열기로 한 남북고위급회담 연기를 일방 통보했다.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서는 미국을 향해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미·북 정상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날짜와 장소까지 정한 북미 정상회담을 깰 수도 있다며 한미를 동시 겨냥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훈련은 계획대로 진행하는 한편, 북한에 통지문을 보내는 등 진의 파악에 나섰다. 미 백악관도 대책회의를 여는 등 민감하게 움직였다.

북한은 15일 자정을 넘긴 이날 0시30분 리선권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 통지문에서 고위급회담을 무기연기한다고 알려왔다.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훈련은 판문점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남조선 강점 미제침략군과 남조선 공군의 주관하에 미군의 'B-52' 전략핵폭격기와 'F-22랩터' 스텔스전투기를 포함한 100여대의 각종 전투기들이 동원되여 25일까지 진행된다"고 밝혔다.

한·미 공군은 지난 11일부터 2주간 한미 연합작전 능력을 높이기 위해 맥스선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 2회 훈련으로, 이번엔 미국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 8대가 참가했다. F-22 랩터의 대규모 한반도 전개는 처음이다. 단 B-52는 북한 주장과 달리 훈련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국도 남조선당국과 함께 벌리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소동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와 군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과 긴급회동했다. 국방부는 이어 맥스선더가 공격훈련이 아니며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정부는 북한에 유감을 밝히고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통일부는 "연례적인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4월27일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의 근본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며 "유감"이라고 밝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도 남북간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 같은 내용으로 북한에 통지문을 보냈다. 

이 때만 해도 북한의 반응은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훈련은 11일부터 이미 진행돼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미 연례적 한미훈련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다른 데 불만을 가진 것 아니냔 관측이 나왔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국회 회견도 한 이유로 지목됐다. 오전 11시20분쯤 북한의 '진의'를 짐작할 수 있는 발표가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지만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이 16일자 지면을 통해 16일로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우리를 겨냥하여 벌어지고 있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정세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다"고 밝히며 2018 맥스썬더 연합공중전투훈련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또, 보도문에는 국회에서의 태영호 전 공사 회견 등을 문제삼고 있다. 2018.05.16.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김 부상은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여나오고 있는 것은 극히 온당치 못한 처사로서 실망하지 않을수 없다"고 했다. 특히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의 '선 핵포기 후 보상',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 '핵·미사일·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 주장을 거론하며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채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불순한 기도"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에 협상력을 높이고 이 프로세스의 각종 쟁점에 우위를 가지려는 걸로 보인다. 미국서 비핵화 허들을 높이는 데 대해 반발,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다만 '판'을 깨려 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나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없었다. 외무성 부상의 담화를 보도하는 형태여서 수위도 높지 않다는 이유다. 아울러 '쌍중단'을 요구해 온 중국에 힘을 실어 미·중 사이에 최대한 실익을 챙기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청와대로선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판문점선언 실현에 속도를 내려던 구상이 주춤했다. 그럼에도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차질없이 추진한단 계획이다. 일각에선 남북 정상 핫라인을 가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악관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북한의 의도 파악에 나섰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밝힌 내용에 대해 살펴보겠다"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은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전화통화에서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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