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2등 노동자' 만들라…조심스러운 '특고법' 국회 논의

[the300] 특별법 제정, 기존 법안 충돌 우려로 무산…'노조법' 개정으로 근로자 외연 확대 시도

편집자주  |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중간지대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가 있다. 문재인정부는 국정과제 중 ‘차별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의 일환으로 이들에게 노동3권 보장과 고용·산재보험 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렇지만 고용주들 뿐만 아니라 특수고용직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달라 정부의 고민이 깊다.

노동계는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 규모를 230만명으로 추산한다. 20년 가까이 노동권 사각지대에 몰렸던 이들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유급휴무 대상도 아니다.

외형은 개인사업자다.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이나 도급, 위탁 계약을 체결한다. 고용·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노동 3권도 보장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 공약을 내놓은 배경이다. 당시 문 후보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 노동3권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다쳐도 산재보험 적용을 못 받고 함부로 해고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 지난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용노동부에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 입법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동부도 이를 수용했다. 

인권위 권고가 1년여 지났지만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특수고용직 보호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특별법 제정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됐다. 기존 노동 관련 법안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연제구)이 발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 지난해 7월17일 발의한 이 법은 1주일 만인 24일 철회됐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보호가 미진하다는 인식에서 발의한 법안"이라면서도 "기존 법안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발의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도 "특수고용직 중에서도 일부 직군은 노조 설립신고증을 노동부로부터 교부받은 상태"라며 "일괄적으로 처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국회 환노위의 전반적 인식"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특별법 제정의 대안으로 고민한 게 노동법의 외연 확대다. 현재 국회에는 한정애 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각각 계류돼 있다.

공통적으로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을 인정한다. '한정애안'은 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특수고용직을 포함하는 것이 골자다. 한 의원은 근로자 규정에 단서를 신설,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 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는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안'의 경우 근로자는 물론, 사용자 개념까지 확대한다. 특수고용직 노동조합 설립 근거를 마련하는 등 노동3권 보장까지 포함했다.  이 의원은 법안에서 사용자 범위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라고 확대했다. 사내하도급의 도급 사업주 역시 실질적 지배력과 영향력이 있는 사용자로 규정한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해 해당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특수고용직은 사실상 근로자와 유사한 보호 필요성이 있다"며 "노동법적 보호를 받지 못 한다면, 근로자와 비교할 때 보호 불균형 초래의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수고용직이라는 큰 범주에 묶여있기는 하지만 직종이 50가지가 넘고 제공하는 노무 형태가 다양해 획일화한 법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양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현행법은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있다"며 "개정안과 같이 근로자의 개념을 확대해 특수고용직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것인지, 별도의 중간적 영역을 신설해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여당 환노위 보좌진은 "특수고용직 가운데 근로기준법 개정 등으로 노동자로 인정될 수 있는 사람도 많다"며 "직종 전체를 특수 고용 노동자로 규정하면 '2등 노동자'를 만들 수도 있어 법률 제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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