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제로섬 게임'

[the300]양보 없는 여야, "오직 특검 관철"vs"특검은 대선 불복"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일명 '드루킹 사건' 특검법 본회의 처리를 촉구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여야가 '드루킹 특검'을 둘러싸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타협을 보지 못하면서 국회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14일이 처리 시한인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4명의 사직안건을 둘러싸고 여야 대치의 파열음이 더 커지고 있다. 여야는 타협 대신 서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면서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

 

충남 천안병, 인천 남동갑, 경남 김해을, 경북 김천 등 4곳의 지역구 의원들은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의 사직 안건이 14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재보궐 선거가 다음해 4월로 미뤄져 해당 지역구는 국회의원 공백이 생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4일 오전 "국회의원 사직 처리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도, 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며 여야의 타협을 촉구했다. 앞서 정 의장은 사직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이날 오후 2시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오직 특검 관철…명분 약한 野=자유한국당은 의원 사직안건 처리에 여당의 무조건 특검 수용을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전날 "만약 내일 민주당과 정 의장이 본회의를 강행할 시에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국회 로텐더 홀 앞에 스티로폼을 깔고 그 위에 앉아 정부여당을 규탄했다. 여당의 특검 수용없이는 물리력으로라도 본회의 개의를 막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드루킹 특검법안과 국회의원 보궐선거 위한 사직서 처리를 동시에 실시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며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의원 사직안건과 연계에 특검 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사직안건 처리를 막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해 본회의를 막을 경우 4개의 지역구에 1년 가까이 의원공백이 생기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국회는 의원 사직안건을 처리할 수 있는 정족수(의원 재적수의 과반인 147석 이상)를 채운 상황이다. 본회의 참석의사를 밝힌 민주당(121석)과 민주평화당(14석), 정의당(6석)을 합치면 141석. 여기에 평화당과 함께 하는 바른미래당 비례대표(박주현·이상돈·장정숙)와 민중당(1석), 무소속(이용호·손금주) 의원, 정 의장까지 포함하면 148석으로 과반을 넘는다.

 

한국당 관계자는 "여당이 특검을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상황에서 여론의 지지도 얻지 못해 탈출전략이 전무하다"며 "특검 처리를 무리하게 마무리 지으려다 보니 국회 선진화법에 저촉되는 물리력 행사라는 막다른 길에 들어선 셈"이라고 말했다.

 

◇"특검 요구는 대선불복"…자가당착에 빠진 與=더불어민주당은 야권의 특검 요구를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가두며 버티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14일 "마치 대선을 부정하는 듯한, 지난 대선에 불복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특검으로 야당이 요구하는 것이 있다"며 특검을 무조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예정대로 열고 특검 처리와 별개로 지방선거 출마 의원들의 사직 처리 문제를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내일 의원직 사퇴를 저지하려는 무리한 상황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빨리 대화를 시작해서 국회를 정상화 시킬 수 있다"며 결국 특검 논의는 차후에 진행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또한 국회 정상화를 외면한 채 특검을 마냥 비켜갈 수 없는 입장이다. 야당의 특검 공세를 대선 불복 명분으로 대응하기에는 드루킹 사건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의원과 청와대가 특검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민주당의 '버티기'가 옹색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또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고 당시 여당이던 한국당 또한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대응한 역사가 있다. 때문에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국민과 야당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야당의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논리적이기 보다는 정략적 계산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이라며 "남북정상회담 등 외교통일 이슈와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굳이 야당의 특검 요구를 받지 않아도 높은 지지율을 갖고 갈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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