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초등학교 교실에 어린이집을 만들면 어떨까

[the300][이주의법안]출생아 35만 명 시대 극복? 문제는 적응..남인순의원 유휴교실활용법 발의


35만7700명.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의 숫자다. 통계 작성 후 출생아수가 40만명 이하로 처음 떨어졌다. 1995년 출생자 71만5020명과 비교하면 정확히 절반이다. 저출산을 극복하겠다는 정부의 10년이 넘는 노력과 투자는 국민들로부터 외면과 비판을 받았다. 이제는 저출산 정책의 방향을 저출산이라는 ‘환경’ 또는 ‘조건’에 적응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출생아수 감소는 산부인과에 타격을 줬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520곳의 산부인과가 폐업했다. 이 기간 296곳의 산부인과가 새로 개업했지만 분만을 주업으로 하지 않는 곳이 많다. 다음은 어린이집이다. 정부의 보육정책과 예산지원에 힘입어 2013년 4만3770개소까지 늘어난 어린이집은 2014년부터 조금씩 줄고 있다. 특히 민간이 운영하는 민간 어린이집과 가정 어린이집 중 문 닫는 곳이 늘어났다. 아이들의 울음이 줄어든 영향은 이제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등의 순서로 확인될 것이다. 군대를 지키는 병역자원도, 청년들의 취업문제도 멀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도전을 맞을 수밖에 없다.

2017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초등학교는 6040개이며 267만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2000년 400만 명이 넘던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든 반면 학교 수는 꾸준히 늘어왔다. 학교시설과 학생의 불일치는 934개의 ‘유휴교실’을 만들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유휴교실 활용법’이다. 초등학교 내에 설치, 운영 중인 24개의 돌봄 시설과 22개의 국공립어린이집이 법안의 기초가 됐다. 정부는 맞벌이 가정과 취약계층 초등학생의 방과후 돌봄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또 국공립어린이집 이용아동을 전체의 4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법은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활용해 이 정책의 일부라도 먼저 해결하자는 것이다.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초등학교 유휴교실에 아이돌봄과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설치할 경우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국공립 어립이집의 ‘줄지 않는 대기 순번’은 분명 엄마 아빠들의 정책수요 1번이다. 28만 명의 어린이들이 대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안정적이고 접근성이 좋은 신규 부지를 매입해 한 곳의 국공립어린이집을 신축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20억 원이 넘는다. 반면 2012년 안양의 달안초등학교의 유휴교실에 설치한 달안어린이집의 경우 소요 예산이 4억 원 정도였다. 적은 비용과 짧은 준비기간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다.

◇“이 법은 타당한가?”= 지난해 11월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국공립어립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영유아보육법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부 의원들이 교육계와 협의 부족, 초등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가능성, 안전사고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학교시설을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이 같이 사용하면 교육청과 국가 또는 지자체 사이의 관리감독 혼선, 이에 따른 책임 소재가 문제가 된다는 논리였다. 자칫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영역다툼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부모의 입장에선 보육과 유아교육, 초등교육 사이의 칸막이가 없다. 모두 다 ‘아이 키우기’의 문제일 뿐이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 유휴교실에 대한 진단이 우선이다. 초등학교의 빈 교실은 교사들의 교수학습 시설이나 방과후 교실로 활용된다. 934개의 빈 교실이 실제 더 적을 수도 있다. 또 병설유치원 설치가 우선일 수도 있다. 교육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가용자원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학교시설의 지역사회 활용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당장 꺼야 할 '급한 불'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신축하거나 민간·가정어린이집을 인수해서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방식 뿐 아니라 유휴교실 활용도 국공립 확충의 해법일 것이다. 서울 27개, 부산 2개, 인천 12개, 대구 0개, 광주 186개, 대전 0개. 국공립어린이집 수요가 많은 대도시의 빈 교실 숫자다. 광주를 제외하고는 실제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활용할 여지가 당장 크지는 않다. 하지만 올해 47만 명인 초등학교 입학생 숫자가 2023년이면 35만 명으로 10만명 이상 줄어드는 게 당연한 미래다. 교실만 비는 게 아니다. 어린이집도 비고 유치원도 빌 것이다. 대학도. 어쩌면 빈 집도 늘어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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