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제도 합리화 법제의 재검토(하)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신고 제도 개선한다는데..짚어볼 점은

[상편 주요내용] 정부는 '수리가 필요하지 않은 신고'의 경우는 별도의 입법조치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수리가 필요한 신고의 경우도 당초 한국법제연구원 연구결과는 모두 (일정 조건을 채우면 수리한 걸로 간주하는) 수리 간주 규정을 두기로 했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 중 일부는 "…신고를 받은 경우 그 내용을 검토하여 이 법에 적합하면 신고를 수리하여야 한다."라는 변형된 조문을 두고 있다. (상편 바로가기) 

[하편] 법제처는 신고 중에 '수리가 필요한 신고'는 모두 법률에 그 취지를 명시하기 때문에 역으로 나머지는 모두 '수리가 필요하지 않은 신고'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률 개정의 실익은 당해 법률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다른 법률의 '신고 중에 수리가 필요하지 않은 신고'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에서 찾는 것이다. 그러한 법제가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는 법제처 중심으로 특정 법제를 일괄 추진하면서 나오는 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리가 필요하지 않은 원래적 의미의 신고와 달리, 수리가 필요한 신고의 경우 그 실질을 '완화된 허가'로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 및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에도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 등을 들어 수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행정청에 재량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변형된 조문은 행정청의 재량의 여지를 축소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이는 수리 간주 규정을 두는 것에 비하여 행정청에 더 불리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수리 간주 규정은 행정청의 재량 여지를 축소시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만약 수리 간주 규정을 둘 수 없는, 수리가 필요한 신고에 모두 이런 변형된 조문을 두게 되면 행정청의 재량의 여지가 축소되어 오히려 민원과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수리하여야 한다."는 변형된 조문이, 수리가 필요한 신고임을 명시하는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법문언에 ‘수리’에 관한 규정이 있으면 수리가 필요한 신고일 가능성이 높으나, 수리가 ‘접수’ 또는 ‘처리’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지 수리가 필요한 신고임을 명시하기 위하여 반드시 그런 조문을 둘 이유는 없다고 본다. 수리가 필요한 신고임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더라도 그것이 입법사항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행정의 탄력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신고요건은 법률보다 행정입법에 규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고요건에 대한 심사가 행정환경 변화에 따라 완화 또는 강화되는 등 행정입법 단계에서 변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률에 수리가 필요한 신고임을 명시하기보다는 시행령 등에 명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2017년 8월28일, 변형된 조문을 두는 내용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황에서 2018년 3월13일 동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신고의 수리 여부 또는 지연 사유를 통지하도록 하였다. 이 사례는 시행령에서 기한을 정하여 수리 여부 또는 지연 사유를 통지하도록 한 것으로서, 법률에 변형된 조문을 두는 것과 비교할 때 단순히 수리가 필요한 신고임을 명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익도 있으므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간주제도는 두 개 항을 두어 첫째 항에서는 기한을 정하여 통지 의무를 부여하고 둘째 항에서 통지하지 않으면 수리 간주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안은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에 첫째 항만 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입법추진과정에서 소관 부처가 간주제도를 수용하지 않으면 간주 규정을 뺀 나머지 사항만 규정하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고 굳이 별도의 조문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실제로 지난 2월 국회는 유선 및 도선 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에서 간주 규정을 빼고 개정안을 통과시킨 적도 있다. 그리고 정부가 제출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여 이와 같은 규정을 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입법 필요성이 없으므로 폐기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제기와 대안 제시 등을 고려하여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신고제도에 변형된 조문을 두는 내용의 개정안뿐만 아니라 향후 계획된 같은 내용의 신고제도 합리화 정비 입법 추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칼럼/외부기고]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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