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택배 운송 금지" 눈길 끈 '잠자는 환노위'의 법안들

[the300]4월 환노위 소관 발의 법안 72건…직장 내 괴롭힘 정의·면접시험 결과 안내法 등

법안 처리 건수 '0'. 지난 4월 국회가 받아든 성적표다. 빈 손으로 5월이 맞이했지만 계속된 공방으로 국회 정상화는 요원하다. 여야는 각 상임위에서 법안 처리는커녕 제대로 된 심사에도 돌입하지 못했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서 '강제 취침'하는 법안들이 9600건 넘었다. 의원들은 법안 처리를 위한 합의에는 실패했다. 대신 자신들의 실적이 될 법안은 꾸준히 발의하며 '최소한의 본분'만 지켰다.

환경과 노동이라는 국민의 삶과 밀접한 사안을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도 지난 4월 한 달 동안 무려 72건의 법안이 쌓였다. 이들 법안은 모두 심사를 위한 소위원회에도 회부되지 못한 채 계류됐다.

먼지만 쌓이는 법안들 중 눈길 끄는 법안들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정리했다.

1. 수치심과 모욕감 다른 뜻입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 내용은 단순하다. 조항 하나에 들어있는 '수치심'이라는 단어를 '모욕감'으로 대체하는 것이 전부다.

이 의원은 수치심이라는 단어 뜻에 주목했다. 이 의원이 제시한 법안 제안 이유에 따르면 '수치'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 또는 그런 일'을 뜻한다. 행위자의 잘못된 행위를 전제한 단어라는게 이 의원의 해석이다.

하지만 현행법은 사업주로 하여금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가 조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 등을 느끼지 않도록 규정했다.

수치의 사전적 정의대로라면 해당 감정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느껴야 한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수치심이라는 단어 때문에 사람들의 무의식에도 왜곡된 생각이 심겨지고, 피해자의 적절한 사후 대응도 막는 방어기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없애기 위해 해당 개정안을 발의됐다.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2. 직장 내 괴롭힘, 정의부터 내린다.
'직장 내 괴롭힘'은 최근에 대두된 문제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상급자의 부당한 발언, 행동 등으로 근로자에게 고통을 안기는 일이 적잖았다.

이런 문제를 개정하려는 노력은 19대 국회때부터 있었다. 성과는 없었다. 20대 들어서도 멈춰 있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을위해 강병원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7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및 피해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내놓았다.

해당 법안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지속적인 부당한 언동 등을 해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라고 정의를 내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또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를 직장 내 괴롭힘을 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사업주의 괴롭힘 예방 교육 의무화 △피해근로자 보호 조치 및 행위자 징계 등의 조항도 구체적으로 법안에 담겼다.

3. 면접 시험 결과, 알려주세요.
기업의 채용과정을 개선하는 법안이 4월 한 달에만 3건 이상 발의됐다. 3건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구인자가 채용대상자를 확정한 경우 7일 이내에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리도록 하는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 채용여부 미고지로 인한 구직자의 불이익을 방지토록 했다. 권 의원은 또 개정안에 상시 근로자가 일정 수 이상인 기업은 면접시험 응시자에게 이른바 '면접비'인 응시 소요비용을 지급토록 하는 규정도 추가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채용시험 결과의 사유를 구인자가 요청할 수 있는 법안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기업이) 불합격 통보를 하는 경우에도 그 사유를 알려주는 경우는 14% 수준에 불과하다"며 "채용 여부 통보를 받은 구직자가 그 이유를 요청할 때 구인자는 알려줄 수 있도록 법 조항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손금주 무소속 의원도 지난달 3일 채용심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채용여부가 확정된 뒤 구직자가 요청할 경우 구인자는 구직자 본인의 평가항목별 점수·과정별 순위 등의 심사 결과를 공개토록 한 것이다. 

서울 시내의 한 커피전문점 모습. /사진=뉴스1
4. 커피 1회용 컵 낭비, 보증금으로 막는다.
출근길, 식후 커피 보편화에 따른 '커피 1회용 컵' 급증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한 법안도 지난달 20일 발의됐다.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은 1회용 컵 용기에 대한 보증금을 부과하고, 그 컵을 되가져오면 보증금을 반환토록 하는 조항을 담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1회용 컵을 사용해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이를 재활용하기 위한 운반 및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 정부,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심의기구 '자원순환보증금관리위원회'를 신설해 보증금 반환과 취급수수료 등에 관한 업무를 전담토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문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1회용 컵의 부적정한 폐기로 환경오염, 자원의 낭비 등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컵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택배로 운송되는 야생동물, 학대입니다.
미어캣, 라쿤, 하늘다람쥐 등 야생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발생한 '야생동물 학대'를 막는 법안도 등장했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강 의원은 "동물은 '이동'에 민감해 장기간 수송될 경우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이동중 수송열이 발생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세균에 감염돼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일본에서 수입된 야생 돌고래 2마리 중 1마리가 국내 도착한 지 사흘 만에 사망한 사고를 언급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환경단체는 돌고래의 폐사 원인이 적절한 운송수단을 제공하지 못한 것에 있다고 했다. 야생동물 기르기가 늘어나면서 택배로 미어캣과 같은 야생동물이 운송되는 문제도 생겼다는게 강 의원의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를 고치기 위해 강 의원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운송할 경우 적절한 이동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이 담긴 해당 개정안을 내놓았다. 또 야생동물의 학대 범위를 확대해 적절한 이동수단이 아닌 방법으로 운송될 경우 이를 처벌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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