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靑 식당에 평양냉면이 나왔다…"원조는 평양에서"

[the300]남북정상회담 일주일 뒤 靑 점심에 나온 냉면

4일 청와대 구내 식당 메뉴였던 '평양냉면'/사진=최경민 기자.
진짜였다. 청와대 점심 메뉴로 '평양냉면'이 나왔다. 

냉면은 4일 청와대 구내식당(여민관·춘추관)의 점심시간 개시 시각에 맞춰 오전 11시30분 부터 맛볼 수 있었다. 

10분쯤 늦게 식당에 갔더니 이날 냉면이 메뉴로 정해졌다는 소식에 줄이 길게 서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물러났다가 한 시간 뒤 다시 식당을 찾아서야 한적하게 냉면을 먹을 수 있었다.

대접 안에는 삶아놓은 면과 얼갈이 배추, 오이, 지단, 무, 그리고 편육 한 점이 올려져있었다. 육수를 두 국자 붓자 빛깔이 살아나며 윤이 흘렀다. 냉면에는 겨자 약간만 더 추가했다. 사이드메뉴로 나온 동그랑땡과 만두는 넉넉히 챙겼다. 

냉면은 흔히 말하는 의정부파나 장충동파 보다는 벽제갈비 계열에 가까운 스타일이었다. 극도로 심심해서 면을 부각시키기 보다 육수와 면의 조화를 추구하는 스타일.

육수의 맛은 적당히 두꺼웠고 약간의 산미가 느껴졌다. 고소함 속에 단맛과 신맛이 잘 어우러졌다. '인스턴트 냉면이 나오는 게 아니냐'고 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냉면의 육수는 청와대 요리사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면도 만족스러웠다. 100% 메밀면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00% 메밀면을 구하려고 총무비서관실이 고생을 좀 했다"고 전했다. 평양냉면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날 평양냉면은 청와대 직원들이 골고루 맛을 봤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한병도 정무수석 등도 밝은 얼굴로 냉면을 먹는 모습이 포착됐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로 나왔던 평양냉면이 시민들에게 인기를 끄는 가운데 4일 오후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직원들이 점심 메뉴로 나온 평양냉면을 맛보고 있다. 2018.05.04. amin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평양냉면은 2018 남북정상회담 이후 '통일의 음식' 격이 됐다. 만찬 메인메뉴가 평양 옥류관 냉면이었기 때문이다. 

만찬상 기획을 맡은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백범 김구 선생이 1948년 분단을 막기 위해 평양에서 김일성과 담판을 짓다가, 밤에 숙소에서 몰래 빠져나와서 냉면을 먹었다는 기록을 떠올리고 평양냉면을 만찬상의 중심에 놓았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이왕이면 평양 옥류관 냉면을 가져오도록 해보자고 제안했고, 북측이 옥류관의 수석요리사를 회담 당일 판문점으로 파견하기에 이르렀다. 평양냉면을 중심으로 '정주영 한우' 구이, '김대중 민어'로 만든 개성식 만두 등이 어우러진 일종의 냉면상으로 메뉴를 맞출 수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일주일 지난 시점에서 청와대 식당 메뉴에 평양냉면이 올라온 것은, 회담 당일날 평양냉면을 맛보지 못한 청와대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한 취지다. 임 실장이 건의를 했고, 이정도 총무비서관이 흔쾌히 OK 사인을 냈다고 한다. 

물론 옥류관 냉면과 청와대가 낸 평양냉면은 차이가 있었다. 외관상으로 볼 때 옥류관 냉면은 수북하게 지단이 올라가 있고, 잣도 국물 위에 떠 있었다. 면은 메밀을 껍질 채 갈아 만들었는지 검은색에 가깝다. 맛도 분명 외관만큼 차이가 있을 것이다. '평양냉면'이라고 하기 보다는 '청와대 냉면'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할 듯 하다.

그럼에도 '청와대 냉면'을 통해 '통일의 맛'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주일 전 남북의 정상이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던 모습, 도보다리 산책, 역사적인 공동 기자회견, 일산 킨텍스 MPC(메인프레스센터)의 분주함 까지를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었다.

남북정상회담 당일 옥류관 냉면의 맛도 평양의 '오리지널'과는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북측은 현장 상황의 열악함으로 인해 옥류관 냉면의 맛이 100% 구현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원조는 평양에 와서 드시라"고 말했다.  

지금은 청와대 냉면에 만족하고, 진짜 평양냉면은 평양에 가서 먹으면 된다.
【평양=뉴시스】평양 옥류관의 냉면. 2018.04.02.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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