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평화수역…화약고에서 황금어장으로

[the300][경제가 평화다]디테일에 숨은 악마(?) …'NLL'인정 여부가 관건

"디테일에 악마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큰틀에서 합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구체화하고 이행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고 어렵다는 의미다.

남북정상이 서해 '평화수역' 조성에 합의했으나 향후 구체적 이행과정에 따라 '화약고'가 될수도 '평화의 황금어장'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긴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서해 NLL은 과거 2차례나 남북교전이 발생해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려왔다. 1999년 6월과 2002년 6월 두번의 연평해전에서 수많은 남북병사들이 교전 중에 전사했다. 2010년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연평도 등 서해5도 섬 북쪽의 NLL 해상에서는 군사적 도발 위험때문에 조업이 금지됐다. 남북모두 조업이 제한된 탓에 이 일대는 사실상 '물반 고기반'의 황금어장이 형성돼 있다. 남북 대치 속 중국 불법조업어선들만 이 황금어장에서 어부지리의 이득을 챙겨왔다.

남북이 북방한계선 일대를 공동어로수역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북방한계선 일대 수역에서 우발적 군사충돌이 방지되고 어민들의 안전한 어로활동이 보장될 전망이다. 한반도의 화약고가 서해의 황금어장으로 탈바꿈 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앞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선언한 10.4정상선언에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가 포함돼 있지만 구체적 합의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실현되지 못했다. 10.4 정상선언 직후 열린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공동어로수역의 기준을 어디로 둘 것인지 합의하지 못하면서다.

당시 남측은 NLL을 기준선으로해 남북 등면적으로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자고 했다. 반면 북측은 새롭게 해상경계선(서해경비계선)을 제시하며 NLL과 서해경비계선 사이의 수역을 공동어로수역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NLL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NLL은 1953년 유엔사령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그어졌다. 이 때문에 북한은 그동안 '해상경계선' '서해경비계선' 등의 표현을 쓰면서 NLL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두 차례의 연평해전도 사실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비롯된 교전이다. 이번에도 남과 북이 공동어로수역의 범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2007년 남북국방장관회담과 장성급 회담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에 '북방한계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노동신문도 지난달 28일 남북정상회담소식을 전하면서 판문점 선언의 '북방한계선' 문구를 그대로 보도했다. 추후 군사회담서 결정되겠지만 판문점선언에 '북방한계선'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북한이 사실상 NLL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평화수역에 대해서는 추후 이어질 남북군사회담에서 기준점과 공동어로수역 등 세부사항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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