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우리도 몰랐던 北…수면 위로 떠오른 'N세대' 김정은

[the300][New Gen이 만드는 New North] 정상회담서 등장한 '새 세대'…삶의 방식·核 인식도 '상상 이상'



X세대가 있었다. 1970년대 초부터 1980년대 중반 태생을 일컫는다. 그들이 성인이던 90년대 초반 등장한 단어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자유분방함, 찢어진 청바지로 대변되는 세대다. X세대가 익숙해질 무렵 Y세대가 등장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다. 유년기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운 세대다. 초고속 인터넷으로 게임을 즐기고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했다.

이젠 Z세대다. 기술 속에서 태어났다. 유년기부터 스마트폰을 들고 태블릿 PC를 자유 자재로 다룬다.편리함과 독특한 경험, 집단보다 개인을 추구한다. 사회적 가치를 소비한다. 당장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이 변한다. 회사 문화가 변한다. 세대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철옹성이던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테이블에 나왔다. 농담도 던진다. 세대 변화의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이른바 '새 세대', 혹은 'N(New)세대'의 등장이다. 고등교육과 유학 경험으로 무장했다. 스마트폰과 같은 최신 기술에 익숙하다. 시장경제에 대한 거부감도 적다.

북한 N세대 대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의 등장이 일으킨 파장은 이어진다. 비핵화, 종전, 경제협력…. 물결의 끝이 가늠키 어렵다. 2011년 집권한 뒤 핵실험에 박차를 가한 그의 행보도 재평가된다. 세대갈등의 시선에서 이를 해석한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최근 동북아질서의 급격한 변화 역시 이러한 북한 N세대의 부상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며 "2016년 당대회 이후 이같은 세대교체가 가속화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의 북한을 이해하는 관점도 확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New Generation(새로운 세대) =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새 세대'로 분류된다. 북한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1970년대 중·후반 출생자들을 새 세대로 분류한다. 혁명 4세대라고도 불린다. 현재 30대 중·후반인 이들 가운데는 중국 베이징, 러시아 모스크바 등에서 유학 경험이 있는 이들이 많다. 당 고위직인 부모의 지원 아래 유학하면서도, 부모 세대(혁명 2세대)와는 전혀 다른 세대적 특성을 갖는다.

N세대는 더이상 '휘파람'에 열광하지 않는다. 반대로 남한의 가요에 충격받지도 않는다. 그들에게도 문화가 있고, 유행이 있다. 한 대학 교수는 "오랜 기간 언론 등의 영향으로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고착화한 경향이 있다"며 "북한이 나름대로 형성한 문화와 유행에 대해 우리의 인식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책상에 놓인 애플의 '맥' 컴퓨터/사진=조선중앙TV

◇Network Generaton(네트워크 세대) = N세대의 또다른 특징은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네트워크다. 연구자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보급된 PC와 2009년 이후 시작된 휴대전화 보급을 바탕이 됐다고 분석한다. 개인용 컴퓨터(PC)는 휴대전화(500만대)보다 더 보급돼 있다는 게 정설이다.

김 위원장도 애플의 '맥' 컴퓨터를 이용한다. 2013년 3월2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업무 모습 사진에는 맥 컴퓨터와 애플의 키보드·마우스가 고스란히 찍혔다. 김 위원장이 애플의 노트북인 '맥북 프로'를 사용하는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네트워크 기기를 바탕으로 N세대는 과거 상상도 하지 못한 생활을 영위한다. 신용카드도 사용한다. 조선중앙은행과 조선컴퓨터센터 등의 금융결제시스템을 이용한다. 선불카드처럼 일정 금액을 충전하고 쓰는 카드 역시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쿠팡·위메프같은 온라인몰 활용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반 주민에게 어느 정도 접근성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북한의 기술로 온라인 쇼핑몰 운영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북한 내에서도 해외 유학파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사용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New Consumption(새로운 소비방식)=북한 N세대는 ‘시장경제’와 새로운 소비방식에 익숙하다. 계층을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현상만 같고 과정은 다르다. 당 고위층 자녀들과 유학파는 서양식 백화점의 세례를 받았다. 북한식 백화점인 평양 보통강변 미래상점엔 연일 줄을 선다.

반대로 일반 주민들은 9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이어진 '고난의 행군' 이후 등장한 '장마당'에서 시장경제를 배웠다. 국가 배급이 사실상 무력화한 뒤 만들어진 자생적 시장이다. N세대가 '장마당 세대'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N세대 주민들은 자연스레 시장경제를 배웠다. 2010년 남한으로 내려온 한 탈북자는 "5살 무렵 고난의 행군 시작 후 사실상 배급은 사라졌다"며 "알아서 먹고 살아야 하는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아무래도 윗 세대와는 다르다"고 전했다.

◇Nuclear Weapon(핵무기 인식)=핵무기에 대한 인식도 전 세대와는 다르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변화다. 직전 세대까지만 해도 핵무기는 지상과제였다. 김 위원장이 '로켓맨'이라는 국제적 조롱과 압박 속에서도 오히려 핵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이유도 세대갈등 최소화라는 분석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김 위원장 집권 초기엔 노년층의 견제와 비판이 있어 속도 조절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쉽사리 핵을 포기한다면 권력에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김 위원장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11년 집권 후 '애송이'라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했다.

잦은 포격도발과 강경 메시지도 이런 압박감에서 나왔다. 미국과의 대결측면만을 고려하는 윗 세대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내부용 전략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서둘러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한 것은 본격적인 경제 노선 채택 전 내부단속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핵 완성 선언 이후 북한의 태도는 급변했다. 지난달 20일 조선노동당의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 종료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교수는 "안보문제가 해결된 만큼 내부 갈등 없이 경제건설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행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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