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이 서로 견제할 수 있게 해야(상)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검경 수사권, 왜 그리고 어떻게

검찰개혁은 현 정부의 최대 과제다. 지난 달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잠정안이 보도되고 지난 10일 국회도 사법개혁특위가 소위 구성에 합의하면서 검찰개혁을 위한 입법심의가 본격 진행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그런데 검경 수사권 조정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권한이 집중된 검찰의 부정적 유산의 청산이라는 의미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비리를 제대로 척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사건 중에 삼례 나라슈퍼 강도 사건(1999년)과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2000년)이 있다. 두 사건은 많은 점에서 닮아있다. 모두 전북지역에서 발생했고,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되었는데, 특히 애초 진범을 검거하여 자백까지 받아놓고도 검찰의 수사지휘 또는 수사를 통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진범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이들이 오랫동안 옥살이를 한 사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였는데, 두 사건의 재심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는 “돈이 없고 배경이 없고 장애가 있어 죄를 뒤집어쓴 사건이다”고 말했다.

2006년 1월6일치 한겨레에는 한 시민이 9차의 고소 끝에 검찰의 부당한 사건 처리에 대해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냈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 시민은 경찰이 폭행사건 처리과정에서 담당 형사가 합의를 강요하는 직권남용을 했고, 재조사 요구에 폭언과 협박을 했으므로 처벌해 달라고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를 진정사건으로 접수하여 무혐의 처리해 재정신청 기회가 박탈되면서 기나긴 법적 투쟁이 이어졌다. 이 시민은 그래도 기나긴 고투 끝에 마침내 검찰의 업무처리 잘못이라는 부분에서 그동안의 고투를 일부나마 만회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최초로 이 사건의 본안으로 고소된 내용인 경찰의 직권남용과 폭언, 폭행에 대해서는 끝내 그 시민이 패소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2004년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처리한 한 민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었다. 당시 민원은 밀양에 사는 한 시민이 그로부터 약 3년 전에 차량충돌 교통사고를 당한 후 가해자로 처리되자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청와대를 비롯한 여러 국가기관에 민원을 제출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국회에 호소한 것이었다. 그 교통사고의 처리과정을 살펴보면 경찰의 최초조사가 민원인에게 불리하게 편파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데도, 이러한 최초조사 결과는 사실적 및 방법론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기술지원이나 검찰의 수사지휘 및 수사, 법원의 재판, 여러 국가기관에 제출한 민원의 처리과정 등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그대로 인정되었다.

그런데 현행 형사사법체계에서 왜 이러한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두 수사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엄격한 상하관계여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에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주어져 있는 체제에서는 경찰이 검찰을 견제할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검찰도 경찰을 자신의 손발로 이용하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경찰의 잘못을 묵인하는 상호 공생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검찰과 경찰이 상호 공생관계를 갖게 되면 그에 따라 앞서 본 사례들에서처럼 그 피해가 국민에게 미치게 된다. 부실·강압 수사, 인권침해, 공권력 남용 등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고초를 겪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05년에 검경 수사권 조정을 주제로 열린 공청회에서 어떤 검사가 경찰에게 그동안 검찰의 보호 아래 여러 이익과 혜택을 누려 왔는데, 왜 이제 검찰의 보호를 벗어나 거친 들판으로 나가려고 하느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종래 두 기관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두 기관의 이러한 부적절한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이제 경찰에 자율적 수사권을 주어야 한다. 물론 경찰의 수사능력이 아직은 부족하고, 현장에 부조리가 많다. 하지만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엄연히 중요한 수사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현재 전체 형사사건의 약 98%를 경찰이 수사하는 상황에서 계속 두 기관의 불평등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는 경찰에 자율적인 수사권을 주어 두 수사기관 사이에 서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함으로써 수사기관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고 범죄수사의 고도화를 기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나아가 현 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립이 야당의 반대로 어려워지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그 대안적 의미를 갖는다는 측면에서도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다. 물론 경찰에 자율적인 수사권이 주어지면 검사의 범죄는 당연히 경찰에서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게 된다.

혹자들은 소위 ‘시기상조론’을 거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이 그 선후를 명확히 할 수 없는 논리에 불과한 측면이 있다. 현재처럼 경찰의 지위가 검찰의 수족에 불과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언제 경찰의 수사능력이 크게 향상될지 기약할 수가 없다.

오히려 먼저 경찰에 자율적인 수사권을 부여하면 경찰 스스로 이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 우수 인력들을 유치할 것이고, 또한 우수 인력들이 스스로 앞 다퉈 경찰에 투신하게 될 것이다. 종래 우리가 검찰의 수사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검찰에 우수 인력들이 투신한 데 따른 것인바, 경찰에 자율적인 수사권이 주어지면 우수 인력들이 과거처럼 검찰에만 몰리지 않고 경찰에도 투신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을 높게 평가하는데, 이 조직은 그 수장이 대통령의 지명을 거쳐 상원의 인준으로 임명되고 기소권 없이 수사만을 담당하는 특별수사기구다. 즉, 이것은 검찰 조직이 아니라 경찰 조직인데, 우리도 경찰에 자율적인 수사권을 부여한다면 이와 같이 높은 수사능력을 가진 경찰을 육성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칼럼/외부기고]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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