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 제한하는 결혼 제도…'혼전계약서' 보장하는 법 나올까

[the300][이주의 법안]②부부 평등 vs 재산권 존중…혼전계약서 관심 높지만 법적 보장은 어려워

김현정디자이너

주택 문제는 결혼과 이혼에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아예 비혼을 결심하는 이유중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주택 마련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혼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 재산분할이 유리해져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주택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강해진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에 더해 주택의 경우는 명의와 상관없이 처분 권리를 부부가 공동으로 갖도록 하는 '부부주택 공동처분법(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는 부부 중 한쪽이 자기 명의의 주택을 일방적으로 처분할 경우 다른 한 쪽이 이를 막기 어렵다. 주택 취득에 공헌했거나 재산증식에 적극적으로 노력한 것을 증명할 수 있을 때 부부의 공유재산으로 볼 여지는 있지만 증거를 확보해 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이나 소유권이전등기청구, 공유지분이전등기청구소송 등의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부부주택 공동처분법'은 주택 명의자가 아닌 배우자의 거주권과 재산권을 보장해준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주택 명의자가 결혼으로 인해 재산권이 제한되는 효과도 동시에 낳는다. 특히 전통적으로 결혼할 때 남성이 주택을 구해야 한다는 관습이 이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법의 효력이 남성에게는 불리하게, 여성에게는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선입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부부간 재산권 평등을 위한 법과 제도가 남성의 결혼 기피를 부추기고 궁극적으로 여성에게도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성이 주택을 비롯해 경제적 의무를 부담하는 비중은 여전히 큰 상황에서 부부의 재산권 평등이 강화되는 추세는 남성의 결혼 유인을 줄이게 된다는 논리다. 서구와 일본 등 선진국에서 비슷한 경로로 결혼 기피 추세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혼 때 재산 분할이나 양육비 청구 등에서 남성이 재산권 행사에 불리한 위치에 처해지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되면서 결혼보다는 사실혼, 혹은 아예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편을 선호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꼭 남성과 여성의 문제는 아니다. 재산에서 우위에 위치한 여성과 그렇지 못한 남성 사이에서도 충분히 성립된다. 성별의 문제를 떠나 어느 한 쪽의 보유 재산이 현저히 많은 배우자와 결혼하는 '상향결혼'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최근 젊은 부부들이나 미혼 남녀 사이에서 주목받는 수단은 혼전계약서다. 이혼 후 부부간 재산분할뿐 아니라 종교, 가족, 양육, 가사분담, 채무 등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해 부부간 지켜야 할 여러 조건을 자유롭게 담는다. 보유 재산이 많은 배우자가 결혼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산권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혼전계약서의 법적 효력은 제한적인 편이다. 부부 간 합의한 내용이라도 불륜, 폭행 등 헌법에 위배되는 항목은 인정되지 않고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내용이나 불공정하거나 강압에 의해 작성된 경우도 무효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아직까지는 혼전계약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인정해주는 판례는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이 부분에 관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혼전계약서를 선호하는 부부들이 늘어나면서 혼전계약서의 효력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법안은 발의된 적이 없다. 다만 부부간 평등, 개인의 재산권 존중 등을 두고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면 혼전계약서와 관련한 법안 발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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