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남북한간 '종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의 선제조건으로 꼽히는 비핵화 협상이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양상으로 진전될지가 과제다. 전문가들은 과거 국제사회가 만들어 낸 우크라이나식·리비아식·이란식 등 비핵화 해법을 참고하되 남북이 한반도 평화에 먼저 합의하고 이후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한반도식' 비핵화를 일궈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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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리비아·이란의 비핵화…상황이 다르다

국제 사회 제재를 받던 각 핵 보유국에서 자발적 비핵화를 일궈낸 외교적 해법을 각각 '우크라이나식 해법'·'리비아식 해법'·'이란식 해법' 등으로 부른다.

국제사회에서 처음 비핵화 성과를 이룬 곳이 구소련 지역이었던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핵탄두 1240개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176기 등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기로 국제사회와 약속했다. 대신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대가로 제시했다. 당시에는 성과로 여겨져 같은 해 북핵 해결을 위해 북미 간 체결됐던 제네바 합의에도 이같은 해법이 적용됐다.

당시 안보보다 체제위기와 경제위기 해결이 급선무였던 우크라이나는 핵 포기에 동의했다. 현 시점 한국의 협상 대상인 북한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후 우크라이나가 핵을 내준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뺏기면서 우크라이나식 해법의 한계도 드러났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리비아에서도 비핵화가 이뤄졌다.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이 등장한 것이다. 리비아는 2003년부터 약 3년4개월에 걸쳐 원심분리기와 고농축 우라늄(HEU) 16킬로그램을 단계적으로 모두 폐기했다. 제재 완화와 국교 정상화가 협상 조건이었다. 협상국이었던 미국은 리비아가 비핵화 합의를 단계적으로 이행할 때마다 무역대표부 설치부터 대사관 설립까지 수교 범위를 넓혔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리비아가 비핵화를 성공하자 미국도 리비아와 국교 정상화를 실현했다. 유엔의 경제제재도 해제됐다.

다만 이 해법은 남북 관계에서는 당시의 리비아와 상황이 달라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이같은 해법을 2004년 6월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거부했던 점도 걸림돌이다. 북한은 당시 리비아식 해법은 자신을 무장해제시킨 뒤 군사적으로 덮치려는 술책이라며 반발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아직 비핵화가 진행 중인 이란도 있다. 2015년 7월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영국·독일·EU(유럽연합)이 공동으로 이란에 핵 개발 프로그램 포기를 제시하자 이란이 이를 받아들여 체결된 '이란 핵협정(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 계기다. 이란이 2025년까지 우라늄 농축시설 신설을 중단하고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1만9000여개 등을 단계적으로 폐기함에 따라 국제사회가 가하는 제재를 축소한다는 내용이다. 대신 이란이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유엔안보리 제재가 재발효되도록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란식 해법의 경우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일궈낸 비핵화라는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북한에 대한 비핵화 협상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관계가 보다 더 복잡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반도식' 비핵화…"韓, 北비핵화 로드맵 '중재자' 돼야"

북한에 대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한국이 직접 나서기보다 중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일단 남북정상회담의 결론으로 예상되는 4·27 공동선언 등에서는 남북이 비핵화를 위한 뜻이 같다는 점이 명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 체제 형성에 남북이 협력하기로 했다는 선언만 담겨도 큰 의의가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로드맵은 차후 북미상회담에서 남북간 합의를 재확인하며 만들어 나가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직접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 등의 비핵화 조건을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구체적인 비핵화 조건 협상은 미국이 하도록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역시 "외국의 비핵화 사례는 한반도 비핵화-평화정착 로드맵 작성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지만 기계적 적용은 무리"라며 "한국의 조정자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