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불법' · 홍종학 '합법' …'종전의 범위'는 어디까지?(종합)

[the300]'셀프 기부' 행위는 합법…·금액이 불법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좌)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사진=이동훈 기자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퇴를 불러온 법 위반 사안은 ‘셀프 기부’ 행위 자체가 아니었다. 기부금 액수가 문제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전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임기말 더미래연구소에 기부한 5000만원이 ‘종전의 범위’를 벗어난 금액이라며 공직선거법 113조를 위반했다고 결론내렸다. 

반면 유사한 사례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경우 422만원이 '종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합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17일 선관위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제113조는 국회의원의 기부행위를 제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선거구 내 시민단체나 비영리법인에 가입한 경우 유효한 정관이나 규약에 근거하거나 종전의 범위를 초과하지 않으면 합법이다. 김 전 원장이 더미래연구소 설립 초기에 낸 가입비 1000만원과 월회비 20만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월회비 20만원을 내던 김 원장이 국회의원 임기 만료를 열흘 남기고 월회비의 250배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일시불로 기부한 것은 ‘종전의 범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선관위 판단이다. 선관위는 더미래연구소의 단체 규약(월회비 20만원, 연구기금 1000만원)을 기준으로 삼았다.‘종전의 범위’는 월회비의 경우 20만원, 일회성 기부의 경우 1000만원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이 1100만원을 납부했어도 ‘종전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준을 적용해 김 전 원장처럼 국회의원 임기말 후원금 ‘땡처리’ 방식으로 더미래연구소에 422만원을 기부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법 위반이 아니라고 선관위는 밝혔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종전의 범위’를 추산하는 방식과 △비례대표의 선거구 기준 등 두가지 질문을 낳는다. 먼저 선관위는 ‘종전의 범위’와 관련 “의원별 기부금 현황이나 소속된 시민 단체·비영리법인의 정관, 규약, 이사회 의결에 의한 내부 규약 등에 따라 ‘종전의 범위’ 적용이 달라진다”며 “일관된 원칙보다는 상황에 맞게 판단할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맞는 판단’은 모호한 법 적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한 국회의원은 “기관별 누적 기부금액을 초과하는 액수나 전년 기부금 총액의 몇 배 등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도 “특별 기부나 후원금액의 상한선을 정관이나 약관에 넣는 기관은 거의 없다”며 “기부금을 ‘쾌척’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국회의원이 기부금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기관이 규약을 수정해서 명시된 한도금액을 정정하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관위 관계자는 "규약 등에 기부금액이 명시가 안 된 경우, 단체의 관례나 다른 사람의 기부내역 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종전의 기준'을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관위 측은 "상황에 따라 '공직선거법'에 따른 기부행위가 아닌, 정치자금법상 정치활동을 위한 출연금으로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적용 문제도 남았다. 공직선거법 113조는 ‘국회의원이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단체’라고 명시한 이유는 특정 기관을 통한 정치자금법 위반을 단속하기 위해서라는 의미다. 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김 전 원장은 사실상 모든 전국이 당해 선거구였다. 

이에 ‘더미래연구소’를 함께 한 국회의원 정책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의 모호한 유권해석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의견ㆍ정치행동그룹인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더좋은미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기식 전 의원이 5,000만 원을 연구기금으로 납부한 것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현행 정치자금법상 문제가 없으며, 선관위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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