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유라시아대륙을 관통하는 대륙 열차는 북한에 가로 막힌 남한이 펼칠 수 있는 가장 낭만적인 상상이었다. 상상이 허무맹랑하지만 않다.
불과 70년 전만해도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를 서울역에서 타면 개성과 만주를 넘어 유럽까지 갔다.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마라톤 선수 손기정은 서울역에서 베를린행 열차를 탔다. 당시 올림픽 출전을 앞둔 손기정은 도쿄에서 기차와 배를 갈아타고 부산에 도착해 경부선을 타고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역에서 만주행 열차로 갈아 탄 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2주간의 여정 끝 베를린에 도착했다. 손기정은 자서전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을 통해 "어떤 날은 종일 보리밭 사이를 달리다가, 또 어떤 날은 호수를 끼고 한없이 달리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다.
대륙열차는 여행의 낭만만 담는 게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 유럽까지 물류와 수출을 연결해 동북아인프라를 완성하는 경제 성장의 모멘텀을 의미한다.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러시아의 '신(新)동방정책' 등 국가별로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구호를 외친다.
사실 남북 철로는 분단 이후까지도 한동안 이어지다 1951년 서울~개성 노선 폐쇄로 완전히 단절됐다. 남측이 '섬나라 경제'가 된 시점이다. 이로부터 65년인 2007년 5월, 남북열차 시험운행을 실하면서 다시 접속했다. 경의선은 문산역에서 개성역까지, 동해선은 금강산역에서 제진역까지 각각 30㎞ 구간이다.
문재인 정부도 일찌감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강조했다. 동해권은 금강산, 원산·단천, 청진·나선을 남북이 공동개발해 동해안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 구축'한다. 수도권과 개성공단, 평양·남포·신의주 연결 서해안경협벨트도 건설한다. 또 경의선을 개보수하고, 서울에서 베이징까지 고속교통망을 건설해 '서해권 산업, 물류, 교통벨트'를 만든다.
'규모의 경제'를 상징하는 해로는 육로보다 접점이 부족하다. 인천과 남포를 운항했던 화물선 정기항로는 8년 전 경협 단절을 의미하는 '5.24조치'로 전면 중단됐다. 남북교역이 절정이던 2008~2009년엔 인천항에서 처리한 북한 해상 물동량은 2700만 톤에 달하기도 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은 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다. 인천에서 개성, 해주를 잇는 '황금의 평화 삼각축'을 중심으로 황해권 경제블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저작권자 ©the30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클릭
- 1이준석, 尹-李 영수회담에 "긍정적...조국이나 나는 부담스러울 것"
- 2국민연금 고갈 6년 늦출 뿐인데…"더 내고 더 받겠다" 시민의 선택
- 3尹, 빠르면 21일 비서실장 임명…총리 지명은 더 신중 모드
- 4이재명, 윤 대통령에 민생지원금 요구하고 총리 추천?···용산회담 주목
- 5윤 대통령 '영수회담' 결단에 …국민의힘, 정국 반전 기대감 '솔솔'
- 6국민 10명 중 6명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 7윤 대통령, 빠르면 21일 비서실장 지명…총리는 더 늦어질듯
- 8"고래가 잘못 꼬리짓 하면 송사리는 죽어"…허리 숙인 與 낙선인들
- 9국민의힘, 윤석열-이재명 회담 성사에 "적극 환영…초당적 협력 기대"
- 10[기자수첩] 준비되지 않은 전쟁의 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