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이야기]총기 규제, 개인 자유와 기본권의 충돌

[the300]송원석 미주 한인 풀뿌리 컨퍼런스 사무국장

편집자주  |  뉴욕이 세계 금융의 수도라면 워싱턴 D.C.는 국제정치의 중심입니다. 특히 ‘미국 중심’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세계의 이목은 워싱턴으로 쏠립니다. 미중 무역 전쟁 등 국제 이슈는 물론 북미정상회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내 현안까지…. 국내외 정치 경제 이슈가 집중되는 세계의 수도 워싱턴 소식을 미주 한인 풀뿌리 컨퍼런스 송원석 사무국장의 눈으로 전합니다. 미 의회를 직접 접촉하며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워싱턴 정가의 속내와 뒷얘기를 격주로 전해 드립니다.

‘March for our lives (우리들의 생명을 위한 행진)’
3월 24일 토요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를 필두로 미 전역 845개시에서 총기 범죄를 규탄하고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워싱턴 D.C.에서만 20만명(주최측 추산 80만명)이 참가했다. 전국적으로 120만~200만명 정도가 참가한 것으로 미 언론들은 추정했다. 총기 규제를 위한 단일 시위 규모로는 최대다. 베트남전 반전 시위 이후에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최대 규모의 시위로 여겨진다. 

지난 2월 플로리다 파크랜드에 위치한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에서 17명 (14명의 학생 3명의 교직원)의 희생자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이 사건도 대중의 머릿속에서 쉽게 잊혀질 것으로 예상됐다. 훨씬 많은 희생자를 낸 2017년의 라스베가스 총기난사 사고 (58명 사망), 2016년의 올란도의 총기난사 사고 (49명 사망)도 그렇게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학교에서 일어난 비극인 것을 감안해도 그랬다. 더 어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27명이라는 더 많은 사상자를 낸 2012년의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도 총기규제를 향한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고 기억에서 잊혀졌다. 

◇최악 총기사건 절반이 2010년 이후 = 그렇다면 이번 플로리다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의 총기난사사고는 전국적 운동으로 발전하게 됐을까.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총기 난사사고의 규모와 빈도수 증가다. 1949년 이래 미국 역사상 끔찍한 총기 난사사고로 분류되는 사건들은 총 34건, 전체 사망자 531명이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256명이 2010년 이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다. 지난 3년간 발생한 사망자 수만 해도 181명에 달한다. 발생건수를 보면 총 34건 중 지난 10년 이내에 발생한 사고만 17건(50%)이다. 총기 사고가 더 빈번해지는 현실을 접한 대중들이 본인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직접 느끼고 있다. 

◇피해자·생존자의 운동 = 두 번째 이번 총기 규제를 향한 운동의 중심에 직접 그 일을 겪은 피해자와 생존자 학생들이 있다는 점이다. 플로리다 스톤맨 더글라스 고교 사건이 있은 3일 후 사고지역 카운티 법원 앞에서 시위가 열렸다. 엠마 곤잘레즈 (스톤맨 고등학교 생존자)의 총기규제 연설은 미국을 흔들었다. 11분짜리 연설은 소셜 미디어, 언론 등을 타고 폭발적으로 번져나갔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녀의 연설이 격렬한 옹호(furious advocacy)의 상징이 됐다고 평가했다. 사고 9일 후인 2월 21일엔 CNN이 총기사고에 대한 타운 홀 미팅을 열었다. 학생과 교직원 생존자들과 총기규제 법제화에 책임있는 플로리다지역 연방 상·하원의원, NRA(National Rifle Assocication, 미국총기협회) 대변인과 토론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생존자 카메론 카스키 학생은 2016년 미 대통령 대선의 공화당 예비 후보자였고 공화당의 떠오르는 신성인 마이크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에게 “앞으로 NRA로비 자금을 받지 않겠다 말할 수 있냐”는 질문을 던져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루비오는 답을 회피했다. 루비오는 NRA의 로비 자금을 가장 많이 받은 의원 중에 한명이며 NRA는 그를 A등급 연방의원으로 자체 분류하고 있다. 

3월 24일 워싱턴D.C. 시위현장에TJS 또 다른 생존자인 사만타 후안테스가 연설도중 트라우마 때문에 대중 앞에서 토하는 장면을 보줬음에도 불구, 본인의 연설을 마쳤다. 스톤맨 더글라스 고교 사건으로 인해, 그녀는 눈 밑으로 총탄 파편이 박힌 채 살아가야하고,양다리에 관통상 및 파편으로 인한 부상을 입었다. 이렇게 생존자 학생들의 적극적인 증언, 규제를 향한 열정적인 활동들이 대중의 마음을 흔들었다. 기존의 총기반대를 외치는 정치인이나 사회활동가보다, 평범한 학생들이, 본인들이 생존의 증언을 통해 쏟아내는 메시지가 총기규제를 향한 활동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은 것이다. 

◇총기협회, 4.6억불을 로비에 사용 = 이러한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과 학생들의 노력, 미디어의 집중에도 불구하고 총기 규제를 향한 길은 밝지 않다고 전문가와 미국의 언론들은 평가한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며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회의적 분석이 주를 이룬다. 진보적 성향의 뉴욕타임즈는 최근 각국의 총기 구입과정을 비교하며 미국의 총기 규제가 너무 허술 한 것을 꼬집었다. 일본은 총기를 구매하는데 13가지 절차가 필요하지만 미국은 2단계면 끝이 난다. 미국은 총기소지에 대해 우호적인 법적 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총기규제가 왜 강화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첫 번째 걸림돌은 NRA다. 미국은 변호사협회, 의사협회, 특정인종을 위한 단체 등 특정집단의 권익옹호를 위한 로비 문화가 발달해 있다. NRA는 총기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체들과 총기 소유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만든 비영리 로비 단체다. 미국 내에서 어떠한 이익단체보다 강력한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5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4억 6000만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매년 총기규제를 반대하고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로비, PR 등에 쏟아붓는다. 총기규제 법제화 권한을 갖는 연방정부, 연방의회 의원에 대한 직간접적 후원 규모만 봐도 총기 규제가 쉽지 않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NRA는 연방의원들에게 A+에서부터 F까지 등급을 매겨놓고 관리한다. 올해 2월 15일 워싱턴 포스트 분석기사에 따르면 100명으로 이루어진 미연방 상원의원들 중 52명이 A-이상의 NRA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NRA가 직접 미연방 상하원 선거에 후원했거나 PAC(political action committee)를 통해 선거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은 누적액수를 따져보자. 상원에선 애리조나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774만달러, 플로리다 고등학교 참사의 생존자에게 만신을 당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330만달러 등 상위 10위 권 안에 의원들은 280만달러 이상의 후원을 NRA를 통해 받았다. 연방하원의원도 마찬가지다. 최소 13만달러에서 최대 100만달러에 달하는 후원을 상위 10명의 의원이 받았다. 이들이 공개 석상에서 총기사고에 대한 유감표명을 피하진 않지만 재발방지를 위한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NRA의 로비는 미연방 정부에 만연해 있다.

◇총기협회, 총기 문화도 판다 = NRA는 돈 로비만 하지 않지 않는다. NRA는 총기에 우호적 문화도 국민들에게 심는다. 2016년 시작한 NRA TV를 통해 그들은 총기 소유가 얼마나 멋진 것인지, 총기가 어떻게 사유 재산과 개인의 안전을 보호하는지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던진다. NRA는 총기에 대한 우호적 문화를 재생산, 재포장해 판다. 총기 소유는 수정헌법 2조, ‘개인의 무기 소유와 권리에 관한 것’에 기반을 둔다.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인들은 영국 식미지 시절 국왕과 군으로부터 받았던 폭압을 미국의 연방정부 상비군에서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졌다. 이에 미국인들은 연방정부의 탄압에 대한 대비책으로 민병대와 무기소유 권리를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한 반연방주의자를 묶기 위해 채택된 게 수정헌법 2조다. 미국인들에게 ‘총기’는 폭정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낼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의 상징이었다. 또 도심 지역을 제외하고 교외, 시골지역의 미국인들에게 총기의 소유는 자신의 사유재산과 자유를 들짐승과 이방인들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 보호 수단이자 권리였다. 

플로리다 고등학교 사건이 일어나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NRA가 두렵지 않다고 하며 반자동 소총의 총기 구입연령을 올리는 등 총기규제를 실행하겠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슬그머니 그 주장을 철회했다. 이 사건은 NRA의 로비력과 동시에 미국의 총기 문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직·간접적으로 3000만달러에 달하는 NRA의 지원을 받았다. 또 백인, 공화당, 교외지역으로 구분되는 본인의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

총기 규제를 향한 대립은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이라는 목적은 같지만 접근 방식이 다른 것에서 오는 충돌이다. 한편은 총기소지가 사유재산과 안전을 지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는 믿는다. 다른 편은 총기 규제를 통해 공공의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라 확신한다. 서로 다른 주장 속 자유를 향한 갈망이 ‘자유의 땅’이라는 미국에서 충돌한다. 자유의 여신이 어느 쪽 편을 들어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충돌이 예전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고 당분간 첨예한 대립구도를 형성할 것은 확실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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