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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타로 일본 외무상이 11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을 방문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11일 강경화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지속적인 대북제재·압박을 통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오는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다뤄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한일 양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1시간가량 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담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양국 장관들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이 시기가 매우 관건적 시기(강 장관)이며, 분수령(고노 외무상)이며, 역사적 시기(양 장관)라는 공동 의견을 밝혔다"며 "이 중요한 시기에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목표를 양국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일정상회담은 일측이 우리에게, 남북정상회담은 우리가 일측에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고 합심해 북한 문제를 처리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양측은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다소 관점의 차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일본측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향후 남북, 북미정상회담에 이르는 과정에서 명확히 확인돼야 한단 입장 하에서 북한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때까지 압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강 장관은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기 전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한단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단 점을 강조했다고 당국자는 설명했다.

회담에서 고노 외무상은 강 장관에게 남북정상회담 준비상황을 묻기도 했다. 강 장관은 남북 고위급 회담과 실무회담, 우리측 준비위원회 등을 설명하면서, "전반적으로 북한은 협조적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우리는 양 정상이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포괄적 의제를 중심으로 포괄적이고 솔직한 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노 외무상은 강 장관에게 남북·북미회담이 개최되기까지의 우리 정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수차례 전했다. 또 "회담의 성공을 위해 일본이 노력해 나가겠다"며 "북한의 조속한 비핵화를 위해 한일간 한미일간 공조 강화가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당국자는 전했다.

고노 외무상은 특히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북핵·미사일 문제, 비핵화 문제, 납치자 문제 등 일련의 문제가 포괄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남북 정상회담 등 계기에 북측에 전달해줬으면 한다"고 공식 요청했다.

이에 강 장관은 "현 단계에서는 포괄적 의제 위에 어떤 구체적 의제가 테이블에 올려질지 모른다"며 "납치자 문제와 이산가족 문제는 모두 인도적 문제다. 우리로서는 인도적 문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계속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양 장관은 이날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양측은 셔틀외교를 포함해 다양한 차원의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으며, 경제·문화·인적교류 등 한일 양측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호혜적 분야의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특히 우리 청년들의 일본 취업과 관련해 동북아국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영사업무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답보상태인 어업협정에 속도를 내고,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선언한 지 20주년을 맞아 국장급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이날 북일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고노 외무상이 위안부 합의 이행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우리 정부는 합의 재검토 필요성을 밝히는 등 양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