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합의 '파기'의 역사…재탕? 이번엔 다르다?

[the300][2018남북정상회담]<4>-③ 과거 합의 파기 전례…북미 '탑다운' 방식 포괄적 합의 기대감

/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 시기를 '5월 중이나 6월 초'로 특정하면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날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열고 북미대화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북미간 사전 실무접촉에서 양측이 비핵화 관련한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공식화되고 있지만 비핵화를 둘러싼 양측의 불신은 해소되지 못한 분위기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고 있으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제시했다. 


미국이 점진적·단계적 방식의 비핵화를 거부하고 일괄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과거 미북 간 합의 파기의 전례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합의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지만, 양 정상간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협상은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과거 비핵화 협상은 주로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한 단계 해나갈 때마다 한미가 보상을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는 잦은 '불이행'을 초래했다.


먼저 1994년 체결된 제네바 합의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는 등의 대가로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 2기와 중유를 제공하고 3개월 안에 관계정상회담(수교회담)을 진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북한이 2002년 핵 동결 해제를 선언하고 다음해 NPT 탈퇴를 선언하며 파기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찰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북한은 2010년 영변의 농축 시설을 공개했다.


2005년 6자회담 결과로 도출된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에 200만kW를 북한에 지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9·19 이행조치가 담긴 2007년 2·13 합의는 북핵 해결을 '동결-불능화-폐기'로 나누고 북한이 핵 불능화 조치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한·미·일·중·러가 중유 100만t을 제공하기로 했다.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했고 미국은 그해 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으나 북한은 핵 신고서 검증 조치를 거부했고 2009년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김정은 집권 직후인 2012년 도출된 2·29 합의는 핵실험과 장거리 발사, 우라늄 농축 중단 등의 대가로 미국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같은 해 4월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장거리로켓 광명성 3호를 발사하고 유엔 안보리가 이에 대한 의장성명을 채택하며 파기됐다.


미측은 합의 파기가 북한 핵실험으로 이어졌단 이유로 북측의 진정성을 문제삼지만, 양측 상호 책임이란 의견도 많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미간 비핵화 빅딜은 결과적으로 서로가 속고 속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네바 합의 초기단계에서는 미국이 3개월 내 북미수교 협상을 하기로 해놓고 약속을 어겼다. 경수로 건설을 위한 단계별 검증도 이행이 제대로 안 됐고, 북한도 파키스탄의 핵개발자 칸 박사와 접촉해 핵·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냈다"며 "9·19 공동선언은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 전에 미국 재무부가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를 제재했던 것이 파기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간 합의에서 미국이 약속을 어긴 부분도 많다"며 "북한에 중유를 주기로 해놓고 의회가 관련 예산 승인을 지연했고 경수로 지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제대로 이행을 안 한단 느낌을 받아 핵동결했다 풀고, 원자로를 재가동하면서 미측의 이행을 촉구한 것"이라며 "상대방이 약속을 안 지킬 것 같으니 나도 안 하는 불이행의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북미 비핵화 협상은 처음으로 정상 간 진행되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북핵 해결이 국내정치적으로 절실하단 점에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과거보다 현저히 고도화돼 미국으로서도 이번에 북핵문제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의지가 높다. 


임 교수는 "김정은은 빨리 제재를 완화시켜야 경제건설에 집중할 수 있는데, 비핵화 약속을 이행 안 하면 제재가 바로 강화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뢰를 유지하고자 할 것"이라며 "트럼프 입장에서도 계속 과거 미 정권을 비판하면서 이번 합의를 자신의 외교적 업적으로 삼으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상호 약속을 이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리라 본다"고 예상했다. 이어 "북미는 모두 지난해와 같은 벼랑끝 대치 상태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 우리 정부도 이행을 촉구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며 남북미 상호간 신뢰구축 구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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