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남북 정상이 11년 만에 만나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북핵 위협이 고조된 시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약 1년 만에 국면이 바뀌었다. 정상회담까지 남북이 걸어온 '평화의 길'에서 결정적이었던 10개 장면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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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문 대통령은 취임 두 달차에 정권의 대북 정책 근간을 발표했다. 이른바 '베를린 구상'. 지난해 7월6일(현지시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 참석차 독일에 간 문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했다. 그는 여기서 북핵 문제와 평화 체제에 포괄적 접근을 통해 비핵화 평화 협정 체결을 목표로 하겠다는 원칙과 함께 북한과 대화 의사를 밝혔다.

◇평화 선언에도 위기가…北 6차 핵실험

'베를린 구상'으로부터 약 두 달이 흐른 지난해 9월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북핵 위협이 최고조가 됐다. 이보다 앞서 북한은 베를린 구상 발표 9일 만에 노동신문을 통해 "잠꼬대 같은 궤변"이라는 비난을 내놨다. 이후 세 번의 미사일 발사도 이어진 상황이었다.

◇'달라진' 김정은, 그의 무술년 신년사

반면 지난 1월1일 북한 조선중앙TV에 보도된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훈풍'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여전히 "핵단추가 내 책상에 있다"며 위협하긴 했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간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 올림픽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며 당국 간 만남도 제의했다.

우리 측은 곧장 화답했다. 통일부가 다음날 조명균 장관 브리핑에서 같은 달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고위급 남북당국회담을 개최하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북한도 답했다. 김 위원장 지시로 지난 1월3일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 연락채널이 재가동됐다. 2016년 2월 박근혜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조치 이후 끊긴 남북 연락 채널이 23개월 만에 이어졌다.

◇실제 성사된 남북 고위급회담, 北 평창올림픽 참가 확정

우리 측 제안대로 지난 1월9일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이 성사됐다. 조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손을 잡았다. 이날 회담에서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참가에 적극적으로 참가 의사를 밝혔다. 선수단과 고위급 대표단뿐 아니라 응원단·예술단·참관단·태권도 시범단·기자단 등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정은 특사로 방남한 김여정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특사로 서울에 와 문 대통령을 만나면서 남북 대화에 탄력이 붙었다. 김 부부장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지난 2월9일부터 2박3일 동안 방남해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했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며 "편한 시간에 북한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말도 전했다.

◇남북 함께 한 평창올림픽

지난 2월9~25일 17일 동안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을 남북은 개막부터 함께 했다. 한반도기를 함께 내세워 동시 입장했다. 여자하키 단일팀의 남북 선수들이 성화봉송 마지막 주자로 달렸다. 여자하키 등 단일팀 경기에 북측 응원단이 우리 국민들과 '팀 코리아'를 응원했다. 일부 논란도 있었지만 북한에 대한 여론이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지난달 13~15일 한국갤럽 조사 결과 "북한 태도가 변했다"는 응답이 53%로 지난 1월 김 위원장 신년사 직후(28%)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 조사, 응답률 1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김정은·트럼프 잇달아 만난 文대통령의 특사단

스포츠 축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남북 정상의 만남이 추진됐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이 지난달 5~6일 방북해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났다. 특사단은 4월 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김 위원장과의 약속을 갖고 돌아왔다.

특사단은 숨 돌릴 틈 없이 미국으로 향해 북미 정상회담 개최도 성사시켰다. 정 실장 등 특사단은 지난달 8~9일 미국에 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주요 인사들을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방미 마지막 날엔 정 실장 등 특사단이 직접 영어로 오는 5월 중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전세계에 밝혔다.

◇평양에 울려퍼진 "봄이 온다"

남북은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한편 북한 주민들에게도 남북 대화의 훈풍을 전달할 남측 예술단 공연도 열었다. 지난 1~3일 평양에서 남측 예술단이 두 차례 공연했다. 이중 지난 1일 남측 단독 공연에서는 김 위원장이 우리 측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무대를 관람했다.

◇4월27일 판문점에서 예정된 남북 정상의 '악수'

남북정상회담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한지 18년 만, 2007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악수로부터는 11년 만이다. 이번 양측 정상 만남은 남북을 가르고 있는 중간지대 판문점에서 이뤄진다. 이날 또 어떤 '결정적 장면'이 만들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