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왜 '왕의 동생'과 정상회담 했을까

[the300]라피크 넘어 아크 지향…키워드로 본 중동외교

김성휘 기자 | 입력 : 2018.04.01 10:42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대화하고 있다. 2018.03.25. photo1006@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27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다녀오며 이 나라가 새삼 주목 받았다. 문 대통령은 아크(형제) 부대와 바라카(축복) 원전을 포함, 아랍 용어를 적극 사용하며 순방에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제이면서 왕의 동생인 왕세제가 국정을 이끄는 독특한 정치형태도 화제였다.

◇아부다비의 왕세제= UAE 정부구조는 대통령제이면서 실상은 왕정국가다. UAE는 토후국(에미리트) 7개의 연합으로 1971년 건국했는데 그중 가장 강력한 곳이 아부다비다. 아부다비의 왕(통치자)이 UAE 대통령을 맡는다. 그런데 현 대통령(아부다비의 왕)인 칼리파 빈 자이드가 2014년 뇌졸중을 일으켰고 이복동생인 모하메드 왕세제가 사실상 대통령 역할을 하고 있다.

왕세제는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UAE를 대표해 국제무대에 나서 왔다. UAE는 형제간 평화로운 승계로, 정치가 비교적 안정돼 있다는 평가다. 왕자는 많지만 승계권을 가진 왕세제(크라운 프린스)는 한 명이다. 사실상 왕정국가다보니 최고 통치권자의 의지가 국정운영에 결정적이다. 문 대통령이 왕세제와 관계맺기에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바이의 부통령= 제2의 세력을 가진 두바이 통치자가 UAE 부통령 겸 국무총리를 맡는다. 문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 아부다비에서 왕세제를, 두바이에서 부통령을 각각 만난 게 이런 이유다. 

현재 UAE 통치자들은 건국세대의 아들들이다.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나흐얀)' 왕세제는 '나하얀 가문, 자이드의 아들 모하메드'라는 뜻이다. 여기서 자이드는 UAE 건국자이자 초대 대통령인 자이드(Zayed) 전 대통령이다.

부통령 이름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은 '막툼 가문 라시드의 아들 모하메드'이다. 그 아버지인 라시드 전 부통령은 자이드 전 대통령과 함께 UAE 건국시기를 이끌었다. 모하메드는 무하메드, 무함마드라고도 쓴다. 아부다비는 현지어로 '사슴의 아버지' 두바이는 '메뚜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바라카(barakah)= 도박의 한 종류인 바카라(baccarat)와 전혀 다르다. 신이 내린 축복 또는 은총이다. 지명 이름이기도 하다. 아부다비 서쪽 270km 지점에 바라카 원전이 있다. 서쪽으로 40km만 더 가면 사우디 아라비아와 국경이다.

문 대통령은 UAE 방문을 계기로 현지 언론과 서면인터뷰를 갖고 "바라카 원전은 양국 관계에서도 참으로 '바라카'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바라카 원전 수주를 기점으로 양국은 2009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고 에너지, 건설 플랜트, 보건의료, 우주협력 등 협력분야를 넓혀 왔다는 점을 바라카(축복)로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바라카 원전을 직접 방문했다.

◇라피크, 아크= 문 대통령은 위의 인터뷰에서 양국 인적교류가 활발해지는 것에 대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히고 우정과 신뢰를 돈독히 하고, 나아가 한국과 UAE가 앞으로 새로운 100년의 여정을 함께 할 동반자(라피크)에서 형제(아크)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박근혜정부는 대중동 외교를 '라피크'로 설명했다. 2015년 대통령의 중동순방을 '라피크외교'로 명명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는 동반자를 넘어 형제, 즉 아크 관계를 꿈꾼다. 

아크부대는 이름부터 형제라는 뜻이다. 공식명칭은 UAE 군사훈련협력단. 명칭에서 드러나듯 평화유지군이 아니라 UAE 부대를 가르치는 목적을 띠고 갔다. 이런 군사적 교류는 국가간 상당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2016년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모델 부대로도 알려졌다.

친구, 동반자, 형제…. 이처럼 키워드를 알면 중동외교의 방향이 보인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현지에서 "두 분 지도자가 다시 한 번 '백년 친구'의 우정을 확인하고 모든 분야에서 양국관계를 발전시키자는 합의를 했다"며 "보람 있었다"고 밝혔다.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UAE 단독 정상회담을 마친 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MOU 서명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8.03.25. photo100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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