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1인정당의 1인대표, 구태정치와 결별"

[the300][300티타임]무소속 의원의 '무소속 정치론'

무소속 이용호 의원/사진= 이동훈
'무소속'(無所屬)


정당정치에서 정당에 소속하지 않는 의원 또는 중립적 입장에 투표하는 사람을 뜻한다. 3선 중진의 한 국회의원은 “무소속이라고 하면 ‘찬밥’, '무관심', ‘서러움’ 등이 떠오른다”고 했다. 내편도 아니고 남의 편도 아닌 탓이다. 그 누구의 편도 아닌 중간지대쯤이라 외롭다. 정치가 갖고 있는 권력 속성상 정당이란 기득권에 들어가면 편하다. 반면 무소속은 찬 바람을 맞는다. 정치인들이 '무소속' 되는 걸 꺼리는 이유다.

한국 정치에서 무소속은 주로 타의에 의해 결정된다. 국회의장이 중립을 위해 무소속이 되거나, 여러 이유로 출당조치가 이뤄지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스로 무소속을 선택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 그런데 20대 국회에서 스스로 무소속을 선택한 의원이 있어 화제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 의원은 ‘자신의 의지’로 무소속을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여러 정당에서 러브콜을 보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정당들의 구애가 끊이지 않자 이 의원은 지난 3월23일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과 관련 "저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두 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한 만큼 이제 저의 참여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그간 두 당은 이 의원을 모셔가기 위해 치열하게 작업했다. 그럴때마다 이 의원은 "인위적으로 만든 당에 들어가는 것보다 1인 정당, 1인 대표로 남는 게 낫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당 정치가 바로 서야한다는 게 내 소신이기 때문에 때가 되면 무소속 생활을 청산할 계획"이라면서도 "지금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은 왜 하필 지금 무소속을 고집하고 있을까.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그를 만나 '무소속 정치론'을 들어봤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사진= 이동훈 기자

◇나는 무소속이다.

- 무소속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 기득권을 버리고 거리로 나왔다고 볼 수 있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나.
▶ 정치인들은 스스로 무소속을 선택하지 않는다. 무소속 정치인은 항상 다른 사람의 의지나 외부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 나는 인위적인 정계 개편이 싫어서 정당을 버렸다. 물론 고민은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나 편하자고 나 자신을 속일 순 없었다.

- 인위적인 정계 개편이 무슨 뜻인가.
▶ 원래 내가 몸 담고 있었던 국민의당은 효용성이 컸다.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한 정당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에 있을 때 그 말을 상당히 공감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당의 비전은 사라졌다. 리더들의 리더십도 기대 이하였고, 갈수록 한계를 느꼈다.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으로 쪼개졌지만, 무소속으로 있는 게 오히려 새로운 정치를 하는 것 같았다. 인위적으로 만든 정당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려고 의원 배지를 달았는데, 오로지 내 안위만 위해 급조된 정당에 들어갈 순 없었다. 당분간 무소속으로 정치를 할 것이다.

- 그래도 무소속으로 있으면 힘들 것 같다.
▶ 지방선거 국면이기 때문에 특별히 힘든 것은 없다. 오히려 정당 활동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 같다. 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갖고 있다. 정당 정치를 하면서 배웠던 안좋은 관습들을 떨쳐버리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소속 의원은 이념도 소신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무소속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소신 없으면 못한다. 1인 정당, 1인 대표라고 보면 된다. 정당에 소속됐을때만큼 바쁘게 지내고 있다.

-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6.13 지방선거 이후에 더불어민주당이나 민주평화당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웃음)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선거가 끝난 후 상황을 보고 판단을 하겠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지역구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할 계획이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사진= 이동훈 기자

◇나는 정치를 한다

- 의정활동 전반기가 끝나간다.
▶ 2016년 6월부터 약 2년 동안 사실상 휴일이 없었다. 주말에는 지역구(전북 남원·임실·순창) 일정을 챙긴다. 지역구가 세 곳이나 된다. 굉장히 넓은 지역구라 신경 쓸 게 많다. 몸이 많이 지치고 건강도 예전만 못하다. 몸을 챙겨야한다는 생각으로 요즘 수영을 배우고 있다. 갈수록 건강이 전부란 생각이 든다. 몸은 힘들지만 내 의정활동이 우리 지역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고 있다..

- 국민의당에서 정책위의장을 맡는 등 국회 내 정책통으로 유명하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10개월이 지났는데, 문 정부 정책을 평가한다면.
▶ 문재인 정부가 어려운 상황에서 집권한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엄밀히 말하면 '희망 고문'에 가깝다고나 할까. 앞으로 후유증이 나타날 문제들이 많다. 처음부터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정책을 내놓고 실행할 땐 부작용까지 고려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

- 구체적인 예를 들어달라.
▶ 대표적인 게 최저임금 인상이다. 너무 한꺼번에 많이 올렸다. 무리를 하다보니 일자리안정자금이란 저 세계에서 유례없는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또 그게 제대로 작동 안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지역에서 확인한 내용이지만, 지방 공무원들이 영세 사업자들에게 가입하라고 홍보하고 다니더라. 일자리 문제도 그렇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고 출범했지만, 일자리 부위원장은 그만뒀고 데이터나 지표는 악화됐다. 눈에 띄는 정책도 없다. 현 정부 초반 첫 단추가 생각보다 잘 못 끼워진 것 같다. 자존심을 버리고 지금부터라도 최대한 빨리 보완해야한다.

- 문 대통령도 그렇고 지금 정책 입안자들은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과 약속을 지키려 하고 있는 것 아닌가.
▶ 정치인 공약은 일단 당선되기 위해 내세우는 사탕발림일 가능성이 높다. 이걸 지키면 좋겠지만, 지키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커진다면 과감하게 수정하고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것이 오히려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공약을 신성시하면서, 너무 공약에 집착하다보면 문제가 생긴다.

-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펼치는 게 정치인 임무 아닐까.
▶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지지율을 의식한다는 게 문제다. 내 눈에는 인기 영합주의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책을 그렇게 접근하면 국정 전반이 힘들어진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봐라. 힘 있을 때 노동계하고 세게 부딪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노동유연성을 강조하면서 공무원을 줄였다. 처음 몇 개월간 지지율이 떨어졌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국민 지지율이 올라갔다. 어떤 대통령이든 국정 후반에는 누수현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효과가 반감된다는 뜻이다. 초반에 욕먹을 각오로 성과를 내야 한다. 대통령 뿐 아니라 선출직 공무원은 초반 1~2년 열심히 일해서 욕먹고. 후반기에 평가 받아야 한다. 초반엔 지지율 떨어져도 괜찮다.

- 다른 정책들은 어떻게 평가하나
▶ 사실 가장 우려스러운 게 부동산 정책이다. 왜냐면 집만큼 서민들에게 민감한 게 없기 때문이다. 집을 마련하지 못하면 한없이 고통을 받는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무슨 소용이냐. 집값이 한 달에 1억~2억원씩 오르지 않냐. 국회의원인 나도 자녀들 결혼시킬 자신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내가 정책위의장이 되고 나서 문재인 정부에 부동산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라고 했다. 그런데 이 정부가 부동산을 너무 얕본 것 같다. 시장에 지고 있다는 게 증명되고 있지 않나.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 가상화폐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다. IT발전과 4차산업혁명의 길이 거기에 있다. 이곳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대책이 없다. 법무부 장관이 시장을 완전 위축시켰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마추어적인 대처법이 아쉽다.

- 헌법개정(개헌)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 지방분권에 관심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 분야는 재정 문제가 걸려있다.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재정이 충분해야한다. 지역마다 세수 상황이 다르다. 열악한 지역은 중앙으로부터 독립할 수 없다. 이런 문제가 충분히 해결돼야하는데, 지금 논의가 이런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는 진 의문이다. 또 지방분권이 되면 투명성이나 견제와 균형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미 기득권화 된 지역의 경우 한통속으로 짜고 예산 등을 주무를 수 있다. 만일 조례 등을 통해 지방 공무원을 마음대로 뽑는다면 제대로 된 행정이 될까. 지방분권도 분명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법이나 제도로 정비를 해야한다. 그게 이번 개헌의 출발점이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사진= 이동훈 기자

◇나는 이용호다.

- 동료 의원들이 이 의원을 젠틀하고 점잖은 정치인으로 평가한다.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나.
▶ 정치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게 매너리즘이다. 타성에 젖다보면 초심을 금방 잃는다. 정치인 자체가 권력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 정도 정치를 하다보니 정치적인 정치인보다 정직하고 진솔한 정치인이 더 좋은 평가를 받더라. 국민들에게 오래 지지받을 수 있는 그런 정치인이 되려고 노력했다. 욕먹는 정치인은 되지 말자고 다짐했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

- 지금 20대 국회에 ‘정직하고 진솔한 정치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나.
▶ 정세균 국회의장이라고 생각한다. 부드러운 게 강한 것을 이긴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정치인이다. 국회의원들 중에 겉으로는 근육질을 자랑하지만, 생각이나 언행이 약한 분들이 많다. 정 의장은 한결같다. 그래서 정치 생명이 길다. 세상 모든 이치가 마찬가지겠지만, 겉과 내면이 일치해야 지속 가능하다.

- 지역 현안 중에 서남대 폐교 이슈가 있다.
▶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북이 크게 세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먼저 현대중공업이 공장이 문을 닫았고, 한국GM도 폐쇄 결정이 나왔고, 서남대 폐교 문제도 발생했다. 전북은 전국적으로 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은 곳인데 도민들의 허탈감은 크다. 공장 문제는 사기업 문제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서남대 문제는 우리 정부가 풀 수 있다. 서남대 폐교 자리에 공공의료대학을 설립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좋은 생각이란 입장이다. 서울시가 서울시립대를 통해 공공의료대학 설립을 추진하는데 그런 방식이다.

- 취지는 무엇인가.
▶ 현재 서남대 의대 정원이 살아있다. 그걸 이용하자는거다. 공공의료대학 설립해서 저소득층이나 산간오지 등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곳을 정부가 케어하는 것이다. 지금 의대는 돈 되는 것에만 혈안이 된 상태다. 국민 복지를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정부에서 공공의대생을 키우고, 일정기간 취약계층을 위해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하는거다.

-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 뒷모습이 아름다운 그런 여운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 그건 내 자신에게 떳떳한 정치다. 오늘 당장 정치를 그만둔다 해도 후회하지 않는 정치를 하고 싶다. 굳이 롤모델을 찾는다면 영국의 윈스턴 처칠 같은 정치인이 되고 싶다. 어려운 시기에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통합의 리더십을 배우고 싶다. 또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분도 내가 존경하는 정치인이다. 잡초처럼 버텨서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켰다.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의지와 끈질김을 지닌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



☞ 주요 약력

△전북 남원 전주고, 서울대 산업공학과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국무총리 비서실 공보비서관 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 20대 국회의원 국민의당 원내 대변인, 부대표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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