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었던 1990년대는 정치의 전성시대이기도 했다. '삼김(三金)시대'로 상징되는 '보스 정치'가 우리 사회 전체를 지배했던 시절이었다. 정치인은 이른바 '지도자'였다. 국정을 이끄는 대통령은 물론 마을 조합의 장 자리 하나까지 '정치 지도자'들의 몫이 당연하게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국민에 대한 정치인의 우월적 위치와 인식 덕이었다. 이들 역시 자신의 신념과 소신, 가치관 등을 정치 인생을 통해 입증하는 것이 중요할 뿐 정치인의 전문성이나 실적 등은 사소하게 치부되곤 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정치인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국민들에게 정치인은 '지도자'는 커녕 끊임없이 감시하고 확인해야 하는 애물단지다. '직접 민주주의' 요소의 강화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논의하는 정치인들은 고유 영역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에겐 '정치 지도자'가 아닌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보다 다층적으로 대변하고 풀어내주는 한편 합리적인 갈등 조정자로서 보다 확실한 전문성을 요구받는 정치전문가, 전문가 정치가 '3만달러 시대'의 정치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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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위한 미투, 용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강한 비판의 표현은 아니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대상이 "김어준의 발언"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진보 진영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는 절대적인 비중을 고려할 때 정치인이,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그에게 딴지를 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공작에 이용될 수 있다"는 발언은 피해자가 우선 보호돼야 한다는 대전제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것이 검찰 출신으로서 그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지식이자 소신이자 철학이기 때문이다. 또 #미투 운동이 시작된 근본 취지이기도 했다. 우리 사회의 권력이 약자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미투 운동을 응원한 국민들의 인식과도 같았다.
금 의원에게 '난독증'이란 비난들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는 금 의원에 대해 정치인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전문성이 무기가 된 소신
금 의원이 무수한 댓글들의 비판에도 끄덕하지 않는 가장 큰 힘은 지식이 바탕이 된 전문성이다. 피해자 인권과 관련한 분야는 검사 재직 시절부터 국회의원 당선 후 지금까지도 금 의원이 가장 관심을 기울여왔다. 금태섭이란 이름을 세상에 알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검사 재직시절 한 신문에 연재한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란 칼럼이 문제가 됐다. 피의자가 검찰에서 수사받을 때, 방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쓴 글이다.
검사들은 반발했고 내쫓기듯 검사직에서 물러났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공정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신에 따랐고 그 소신을 뒷받침해준 것은 검사로서 법률 지식과 현장 수사 경험이다. 국회의원이 된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활동까지 더해져 웬만하면 그의 전문성을 넘어서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난독증' 같은 꼬투리로 그의 소신을 걸고 넘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열린 전문성
전문성은 조직 내부의 안주를 막는다. 금 의원이 검찰에 몸담았을 때부터 검찰 개혁을 부르짖게 된 것 역시 '닫힌 전문성'을 경계한 탓이다. 금 의원은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필요하나 잘못하면 갇혀버리게 만드는 성격이 있다"며 "(전문성이 가장 뛰어난) 검찰 출신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검찰개혁의 장애물이었다"고 밝혔다. 김어준의 미투발언 비판과 '수사 제대로 받는 법' 칼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반대는 전문성에 대한 금 의원의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다. 금 의원은 "전문성을 갖추고 관점을 바꾸려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 자기부터 변하지 않으면 올바른 얘기를 소신있게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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