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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초상집과 같다. 검찰을 관장하는 국회 법사위원장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되면서 채용 청탁과 수사 무마 압력 행사 여부 등을 수사하기 위한 차원이다.
권 위원장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문제는 법사위의 오랜 골칫거리다. 이 문제로 여야가 공방을 벌이다 파행을 빚은 일만 수차례다. ‘정쟁’ 속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터지면서 분위기는 더 얼어붙었다. 법사위가 일시적 파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20대 국회 전반기 내 법사위 정상화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 오는 19일로 예정됐던 법안심사 1소위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법사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법사위에서 뭔가 진척이 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예전엔 싸우면서도 한번씩 져주면서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곤 했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뭘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우려했다.
◇800여건에 달하는 법사위 계류법안 = 14일 현재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법사위에 계류중인 법안은 826건에 달한다. 이중 법사위 고유법안이 700여건.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뒤 법률안 체계자구 심사를 기다리는 법안도 100건이 넘는다. 법사위가 '국회 상원' 노릇을 하며 법안 처리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난을 받는 것도 이 100여건의 법안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고유법안에 대한 심사와 처리가 뒤로 밀리는 양상이다.
법사위에서 신속하게 처리돼야 할 것으로 꼽히는 고유법안은 상법 개정안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있다. 상법 개정안은 재벌개혁과 직결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전자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자사주 인적분할시 의결권 제한 등이 주요 쟁점 사항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상가임대료 상한인상률 연 9%를 5%로 낮추고,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민생법안이다.
최근 '#미투(Me Too) 운동'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면서 쏟아지고 있는 이른바 '미투 응원법'도 법사위 소관 법안들이다. 현재 국회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11건,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7건, 형법 개정안 6건,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 5건,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3건,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이들 법안은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이 때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입법이 추진됐으나 법사위가 멈춰버린 이상 진전되기가 어려워 아쉬움을 낳는다.
◇6월 지방선거 이후…법사위에도 봄은 오는가 = 결국 법사위 정상화는 6·13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단 20대 전반기 국회가 끝나고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법사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교체된다. 정쟁의 빌미가 됐던 법사위원장 사퇴 문제가 근본적으로 사라진다는 의미다. 자유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진태 의원도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여당쪽 변화도 예상된다. 권성동-김진태와 함께 법사위 삼각 편대를 이뤘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거취가 관심이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개각설과 맞물린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 속 박 의원의 입각설이 나온다. 평소 검찰개혁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던 박 의원이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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