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못 쓸거 안다"던 박용진, 그가 웃던 날

[the300]국감 시작으로 집요한 파고들기..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성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17.10.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님들이 기사를 많이 쓰지 못하실거라는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데스크(부장)들을 잘 설득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한 말이다. 본인이 제기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부실수사였다며 재수사를 촉구하던 참이었다. 큰 상대(삼성)와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는 결기가 엿보였다. 

박 의원이 금융위원회·삼성과의 싸움을 시작한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였다. 2008년 조준웅 삼성특검이 확인한 차명계좌 1199개. 여기 들어있던 4조5000억원을 삼성이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따른 벌금이나 세금 없이 찾아간 사실을 공개했다. 실명계좌로 전환하지 않고 그대로 돈을 찾아갔다는 거다. 

박 의원은 국감에서 차명계좌 관련 내용을 공개하며 금융위가 돈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지적했다. 차명계좌가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해 줬다는 거다. 금융실명제에 따라 비실명자산은 5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그런데 금융위는 삼성 차명계좌는 가명이 아니라고 봤다. 

박 의원에 따르면 금융위는 1997년 대법원 판결을 유권해석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1998년 판결에서 오히려 차명계좌도 실명제법 위반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는 점을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1999년 금융위의 '금융실명제 종합편람'에서 차명계좌는 차등과세를 한다고 해석한 내용도 밝혀냈다.

박 의원은 유권해석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엉터리로 일을 한 관료들이 그걸 감추려 하더라"며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관료는 그대로였다"고 지적했다. 걸림돌은 심지어 당 내에도 있었다. 함께 일하는 정무위원회의 일부 여당 의원들도 '박용진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집요한 조사와 추궁으로 국정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으로부터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는 차등과세 대상"이라는 인정 발언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도 쉽지 않았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인정하지 않으면 다른 사안으로 곧바로 공격하겠다고 압박하는 등 물밑에서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감 5개월여 후인 5일 금융감독원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 자산이 금융실명제 시행일(1993년 8월 12일) 당시 27개 계좌에 총 61억80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에게 30억9000만원의 과징금(50%)이 부과될 예정이다. 또 금융위원회는 금융실명제 시행일 이후에 개설된 차명계좌에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으로 금융실명제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급적용이 되면 과징금 규모가 커질 수 있다. 박용진이 옳았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과징금 금액이 많지는 않지만 25년간 거꾸로 서 있던 금융실명제를 바로세우고 법 정의를 집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적 보완을 위한 금융실명제법 개정과 다른 차명계좌 과징금 징수에도 노력하겠다"며 새로운 싸움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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