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과 경쟁하는 스타트업..창업생태계 무너진다

[the300][이주의법안]김수민 대표발의 '공공기관의 민간경제 침해방지법'



공공기관과 민간 스타트업이 경쟁을 한다. 공공기관은 ‘편리하고 저렴한 서비스로 이용자인 국민들에게 이득이 된다’, ‘공공투자로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반면 민간 쪽은 ‘공공기관의 민간 베끼기로 피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민간의 주장은 과연 기업 이기주의나 기득권 지키기일까.


지난해 7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와 한국관광공사에 ‘관광 스타트업 베끼기 및 시장 진출 중단’을 촉구했다. 해외 자유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여행 포털 사이트가 민간 스타트업을 베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문화체육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 심지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까지 “민간영역 침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그 사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공공기관의 민간시장 침해는 관광사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또 비단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시스템통합(SI) 사업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후 다른 기관들이 공동 사용하도록 무상으로 배포해 관련 패키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도산 위기를 가져온 사례도 있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앱을 개발한 후 무료 배포해 민간시장을 축소시키는 일도 지속적으로 이뤄있다. 2015년 미래부가 ‘SW(소프트웨어) 영향평가제’를 도입한 이유다.


‘SW 영향평가제’는 공공정보화 사업의 기획단계부터 민간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평가한다. 예산을 절감하고 민간과 불필요한 경쟁을 예방해 SW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다.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자치단체의 공공정보화 사업 중 ‘기관공동사용형’이나 ‘대국민서비스형’에 해당하면 대상이다. SW산업계의 파급효과, 유사 민간서비스 존재 여부 및 침해가능성, 추진사업의 공공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공공기관의 민간경제 침해방지법’이다. 공공기관이 정보화 사업을 추진할 때 민간업체의 기존 서비스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민간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사례를 입법 취지로 들고 있다. 공공기관의 업무가 민간경제를 위축시키거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제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기본원칙을 정하자는 것이다. 김병욱의원의 문제제기와 궤를 같이 한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정부의 SW영향평가제는 현재 제도적 정착단계다. 지난해말 과기정통부는 공공SW사업으로 개발한 SW의 민간시장 침해 여부에 대한 사전 검증 의무화를 거듭 확인했다. 국회는 1월 30일 ‘소프트웨어사업 영향평가제’를 법제화했다. 개정된 소트트웨어산업 진흥법은 8월부터 시행된다.


현재 소프트웨어사업 영향평가의 기준, 평가방법 및 절차 등 구체적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자치단체에 한정해 검토하던 SW영향평가를 공기업과 준정부기관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법의 도입은 긍정적이다.


◇“이 법은 타당한가?”=SW영향평가를 통해 2015년과 2016년 과기정통부가 해당부처에 사업재검토나 시행유의를 권고한 사업은 196개나 된다. 하지만 실제 반영된 사업은 53개에 불과하다. 기존 과기부 고시로 규정돼 있던 제도가 입법화됐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SW영향평가를 실시해 다음 해 정보화예산을 심의할 때 반영하도록 했지만 사업의 추진시점과 예산반영시점의 불일치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이미 지방 공기업법은 동일한 규정이 시행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법제화엔 큰 걸림돌이 없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 여야 간의 견해 차이도 없다. 하지만 이 법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것인가는 아직 미지수다. SW영향평가 결과가 강제력을 갖기 보다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 시행에 민간업체의 참여를 확대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민간업체에 대해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이) 민간업체 대신 대형 선박을 만들어 고기잡이에 나서면 안 된다.” 김병욱 의원의 지적이다. 민간 업체들이 직접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낚시법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낚시배 개선자금을 줘야 한다. 넓은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견인하는 간접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거다. 비단 SW 스타트업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공공부문이 민간을 끌고 민간은 경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저렴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것, 평범하지만 비범한 결과를 만드는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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