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한미 FTA "근본적 문제의식"은 협상용

[the300]文, 미국법 체계 지적했지만…靑 “인정하고 가는 것”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FTA 위반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나가라"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2018.2.19/뉴스1
한미 통상갈등을 보는 '최고결정권자' 문재인 대통령 생각은 무엇일까. 문 대통령은 양국 통상관계의 상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불공정한 요소가 있다고 본다. 다만 최근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가 부당하다는 데 무게를 둔다. 한미FTA에 "근본적 문제의식이 있다"는 청와대의 강경론은 협상을 의식한 전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수보회의에서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나가야 한다"며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세탁기, 태양광 등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자국법에 근거해 한국산 철강 수입에 고율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같은 경우에는 FTA가 최상위법으로 모든 것에 우선 적용되는데 미국은 양자 (협정을) 체결하더라도 얼마든지 번복할 수 있는 체계"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런 체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실제 정치입문 전부터 이 점을 지적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전, 2011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한·미 FTA 이행법률을 연방법과 주법보다 하위에 두는 불평등성(이 있다). 정확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헌법 등에서 국제법을 국내법과 동등하게 보고, FTA를 체결하면 국내법 체계로 인정한다. 반면 미국은 FTA 체결시 별도의 이행법률을 통해 자국에 적용한다. 의회만 입법권을 갖는 데다, 무역협상을 의회가 행정부에 위임하는 형태여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FTA를 연방법보다 하위에 둔다'는 지적은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가 세탁기 등 통상갈등을 계기로 미국의 법체계까지 문제삼는 건 아니란 분석이다. 한미 법체계가 다른 데 따른 특징일 뿐, 불공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단 반론도 있다. 미국의 FTA 이행법률은 필요한 경우 관련법을 고치거나 제정토록 했다. 국제협약이 주법보다 우선한다는 판례도 쌓여 있다는 이유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 법체계가 그렇게 돼 있다. 그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평등한 부분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어떤 나라도 인정하고 협정을 맺는다"며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결연한 대응을 주문하고, 청와대가 이른바 근본적 문제의식을 제기한 건 협상용이라고 봐야 한다. 비슷한 경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치열한 한미FTA 협상을 벌일 때 "국익에 배치되면 안 해도 좋다"며 '장사꾼 논리'를 강조했다. "정치적 책임은 내가 진다"고도 했다. 

김현종팀은 당시 마지막 고비에 판이 깨질 듯 하자 미국 협상단이 돌아가도 좋다며 작별선물을 나눠줄 만큼 강경했다. 그 또한 협상전략의 하나였다. 참여정부 고위직 출신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협상단에 힘을 실어줬기에 배짱있는 협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는 청와대 입장도 협상용으로 의미 있다. 미국은 대북 접근에 한미공조를 하면서도 통상부분엔 고강도 조치를 했다. 안보-통상 분리는 미국이 먼저라는 것이다. 우리가 "안보 논리와 통상 논리는 다르다"고 공언하는 것도 여기에 할 말은 하겠다는 뜻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2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미국의 통상압력이 부당하다"며 "우리 국회도 함께 미국의 잘못을 지적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체로 참여정부 당시 협상은 잘된 것으로, 이명박정부의 추가협상은 지나치게 많이 양보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봤다. 2012년 대선후보 때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역진방지 조항, 세이프가드 등 이른바 독소조항 10가지가 한미FTA에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단 ISD만 하더라도 "(참여정부) 그때도 쟁점이었다.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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