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달릴 준비가 됐는가

[the300][이주의 법안]①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율주행자동차법



‘인간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금지한다.’ 현 시점에서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다. 곧 상용화될 자율주행 자동차는 도로교통법규를 완벽하게 준수하고 사고를 알아서 회피하기 때문에, 인간이야말로 이들의 안전한 운행을 방해하는 가장 큰 위협요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우선 완벽에 가깝게 안전한 자율주행차가 개발되고, 그 자율주행차가 실제로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법적·제도적 뒷받침 또한 전제다. 

가까운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리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아직 기술적으로 미완성단계이며, 우리나라에서 시험연구 목적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의 임시운행 허가를 받지 않은 이상 다른 차량과 함께 일반 도로를 달리지 못한다. 자율주행차 상용을 위해서는 자율주행차 자체의 성능과 안전성 확보에 더해 자율주행 정보처리에 충분한 속도와 안정성을 갖춘 네트워크 망의 확보, 자율주행 시스템과 연계된 도로교통시스템의 정비, 차체 결함·소프트웨어 결함·네트워크 문제·해킹 등 사고 원인에 따른 책임 소재 명확화 등 다수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올 2월에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다섯 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은 자율주행차를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와 부분 자율주행자동차로 나누어 그 개념을 정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은 자율주행차의 개념을 정의하는 것과 더불어 국토교통부가 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을 정하도록 하고, 자율주행차 제조사와 개발사에게는 도로교통법 준수 조치 의무를, 운전자에게는 비상시의 조작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황희 의원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제조사 및 개발자, 보유자에게 보험 가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법은 꼭 필요한가= 자율주행차 또한 자동차 및 도로교통 관련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교통상의 위해를 방지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따라 마련돼야 할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의 시작으로, 우선 자율주행차의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생명이 걸려 있는 문제인 만큼 최소한의 안전 기준을 확립하는 것 또한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이 법은 타당한가= 현재 대부분의 자율주행 기능은 운전자를 보조하는 형태이나, 사람이 아예 탑승하지 않는 궁극의 자율주행차 또한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그 사이에 인공지능을 통한 자율주행과, 탑승자 또는 원격조종자의 조작을 결합한 다양한 형태의 자율주행차가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발의된 법안과 같이 자율주행차를 완전 자율주행차와 부분 자율주행차로 나누어 정의하는 것이 타당할지, 오히려 이 모든 것을 포괄해 새롭게 자동차를 정의해야 하지 않을지는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자율주행시스템에 이상이 생기거나 예측되는 경우 운전자의 개입 의무를 부과한 도로교통법의 경우, 개입이 필요한 상황 판단에 대한 논란, 개입이 오히려 더 큰 사고를 야기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사고의 책임소재 규명에 대한 복잡한 숙제를 남긴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운전자의 과실이 아닌 차체나 시스템의 결함으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더 크다. 자동차 보유자뿐만 아니라 제조사와 개발자에게도 보험 가입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자동차손해보험의 취지는 자동차 보유자의 자력과 무관하게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전과자 양산을 억제하는 기능 또한 수행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생산할 정도의 막대한 기술력과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안전하지 못한 상품을 공급했을 때 보험 뒤로 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연 필요하고 타당한 조치인지 또한 고려해 봐야 한다.

◇이 법은 실현 가능한가= 자율주행차에는 거의 모든 과학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기술이 반영돼 있으며, 이에 참여하는 주체들도 다양하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율주행 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로 시장을 장악하게 될지, 전세계적인 네트워크와  막대한 정보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는 IT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게 될 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도 자율주행차 시장의 발전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이 아닌 만큼 규제도 완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자율주행차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시켜 혁신을 촉진하도록 하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규제 완화 방안을 포함해 자율주행차가 실제로 도로 위에서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고민은 더욱 폭넓게 계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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