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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사진=김창현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한 '2월9일'은 강원도에서만이라도 '빨간 날'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적으로는 아직 불가능한 일이다. 각 지방마다 자체적으로 공휴일을 정할 수 있는 '지방공휴일 지정 제도'를 현행법에서 인정하지 않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지방공휴일 지정 제도의 쟁점과 향후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별 공휴일을 지정할 수 있게 될지를 법리적으로 검토했다.

최근 우리나라 최초로 지방공휴일을 지정한 사례가 생긴 것이 논의의 계기였다. 제주도가 올해로 4·3사건 70주년을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4월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21일 관련 조례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조례안은 도지사가 4·3 희생자 추념일(4·3추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도민과 도 내 기관, 단체 등이 쉴 수 있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입법조사처는 이에 대해 "현행 법령에 지방공휴일을 허용하거나 금지한 규정은 찾을 수 없다"면서도 위법성 논란이 있다고 소개했다. 현행법상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공휴일 규정)에 따라 관공서가 쉬는 공휴일을 법정공휴일로 인식한다. 사실상 민간을 포함한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휴일 규정은 없다는 것이 허점이다.

이에 제주도가 지정한 4·3추념일도 도 내 공무원 휴일만 하루 늘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 활동의 법적 근거가 되는 지방자치법에도 법령 근거가 없다고 입법조사처는 지적했다.

지방의 조례 제정은 헌법과 지방자치법 법령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공휴일 지정은 그 범위 바깥이라는 얘기다. 정부도 지난달 8일 "공휴일 지정은 정부 권한이라 조례로 지자체마다 달리 정하면 국민과 국가 사무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취지로 재의 요구를 요청했다.

입법조사처는 다만 "새로운 제도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현실화됐고 대부분의 해외 주요국에서 지방공휴일이 시행되고 있다"며 현행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미 해외에서는 지방공휴일이 일반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 연방제 국가는 물론 연방제가 아닌 일본·중국·스페인 등에서도 조례나 지방정부의 결정으로 지역 고유의 공휴일을 지정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공휴일을 참고해 주마다 자체 법률로 지방공휴일을 지정해 실시한다.

뉴욕의 '링컨 탄생일(2월12일)' 등이 대표적이다. 호주도 서호주만의 '서호주의 날(6월 첫 월요일)' 등의 지방 기념일이 있다.

연방제가 아닌 일본도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전제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지역별 공휴일 지정이 가능하다. 히로시마의 원폭 투하 기념일인 '평화기념일(8월6일)'이나 제2차 세계대전 말미 오키나와 전투가 종료된 날을 기념한 '위령의 날(6월23일)' 등이 예다.

입법조사처는 제주 사례와 같은 허점을 피하기 위해 일단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까지 전 국민에게 적용될 수 있는 휴일 관련법을 제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국회에 계류돼 있는 '국경일 및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나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안' 등에 대한 논의가 확대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입법조사처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도 국민들이 쉬는 공휴일을 법률로서 규율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향후 제정될 법률에 지방공휴일 지정의 근거와 기준 등을 마련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공휴일 지정 제도 도입은 자치분권 확대의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