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없이 우물 안에 갇힌 정부의 창업 대책

[the300][손학규 4차혁명 밑돌놓기⑤] 실패와 창조의 파워 실리콘밸리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 사람의 우수성에 대해 모두가 인정했다. 다만 이러한 우수한 인력을 제대로 흡수하고 육성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의 무능과 무성의를 아쉬워하고 있었다.


◇외눈박이 정부에 대한 안타까움◇


박정희 시대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해외 인재를 영입해간 이후 과학 기술 인재 등용에 대한 노력과 성의가 부족했다. 이제부터라도 인재 영입과 기술 진흥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더욱 체감한 기회였다. 기초 과학에 대한 국가 중심의 정책을 세우고 진흥에 노력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철 지난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나도 독일에 가서는 원전 폐기에 찬성했지만,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 우리가 앞서 있고 수출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재생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고 일자리를 늘려야 하지만, 이 기술의 발전 속도도 에너지 수급계획에 감안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익에 충실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한 시정연설 시청했다. 국가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특히 국민에 의한 민주주의를 역설했다. 촛불혁명에 의한 집권에 집착해 직접민주주의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했다. 진보정권으로서 당연한 공약이행이지만 성장과 생산성 향상에 대한 시원한 비전이 없어 걱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기술의 요람 남양연구소 전경/사진제공=현대차그룹

스타트업 기업인들과 식사자리에서 대화를 나눌 기회도 있었다.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문제와 더불어 외국에서 한국에 들어가서 일하기 힘들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규제도 문제가 됐다. 관료들이 우수해서 규제가 그만큼 더 까다로워진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국의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미국의 애플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한국 기업의 미래 전망은 암울했다. 대부분 "삼성이 앞으로는 큰 역할을 못할 것"이라거나 "현대차가 이 상태로 가면 10년 후 망할 것"이라고 비관적인 예측을 내놨다. 우리나라의 혁신 토양은 척박하고 기업의 노력은 더딘 까닭이다.


외국의 기업들이 한국에 들어갔다가 실패하고 나온 사례가 종종 나온다.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은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오히려 발전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는 세계화로 인한 빈부격차의 문제나 국부 유출을 걱정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문을 열어놓고 사는 사회만이 발전하고 경쟁력을 강화했다. 과감하게 개방하고 거기서부터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4차산업혁명이나 실리콘밸리의 의미는 바로 개방에서부터 시작한다. 실리콘밸리는 아시아인들에게 문을 열어놓으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어떻게 하면 규제를 풀고 개방적인 경쟁체제로 갈 수 있는지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국가 과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얻은 교훈이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이 말했던 '현대차는 10년 후면 망할 거'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거짓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실패와 창조의 파워 실리콘밸리◇


글로벌 기업인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엔비디아 등을 방문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원동력인 '창조와 혁신'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 같은 창조와 혁신의 바탕엔 자유, 자율, 개방, 소통이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앞서가는 실험 정신, 창조적 파괴 정신을 창업주가 앞장서 실천하고 있었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3D 프린팅, 드론, 로봇 등 미래 세계의 변화와 혁신이 이곳에서 놀랄 정도로 현실화되고 있었다. 놀랍다. 변화에 빨리 따라가지 않으면 한없이 뒤쳐진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 AI는 과거의 기보를 보고 연습을 했다. 새로 나온 알파고 AI는 과거의 기보를 보지도 않고 기존의 AI를 이긴다. 앞으로 인간의 장기 기관 등은 3D 프린팅으로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사회가 이렇게 고도로 발전한다면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 질 것이다. 빈부 격차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최고의 파워는 창의력이었다. 그럼 어떻게 창의력이 생성될 수 있을까? 실패를 용인하고 다음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것이 그 힘이다. 바로 사람이 그 힘이다. 이것에서 만난 수많은 기업인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CEO의 가장 크고 중요한 역할은 사람을 끌어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창조적 도전은 건축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산호세에 위치한 건설회사 CBRE 를 방문했다. 구글의 신사업 프로젝트에 CBRE가 함께 하고 있었다. 이 기업은 건설업체 중 미국 최고 잡지인 포춘(Fortune) 500에 들어가는 유일한 기업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재벌이 건설회사를 갖고 있지만 세계 신기술 회사의 사업을 함께 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다. 


실리콘 밸리의 지난 4년간 가장 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분야는 자동차산업이었다. 2014년에는 4~5개에 불과하던 자동차 관련 기업이 2016년에는 10여개, 2017년 후반에는 50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아주 빠른 변화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차, 인포테인먼트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중국인이 이곳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전기차 회사 '니오(NIO)를 방문한 적이 있다. 입구에 경주용 슈퍼카가 전시돼 있는데 모양부터가 놀랍다. 시속 330km 속력을 낼 수 있고 텍사스 주행장에서 촬영한 영상으로 무인 드라이빙까지 보여주었다. 영국에서 거의 수제차로 제작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중국에서 판매에 돌입한 전기차 'ES8'이 마당에 세워져 있었다. 가격은 5만 달러 정도. 중국용이라 이곳 미국에는 2~3년 후 시판될 것으로 전망된다. 니오는 현재 자율주행차 이브(eve)도 개발 중이다. 공공도로 상황에 대한 감지 기술이 적용되는 레벨(Lebel) 4로 시작하지만 몇 년 내에 완전자율주행자를 제공한다 계획이다. 

는 야심찬 의욕을 보였다.


전 직원은 2000명이고 실리콘밸리에만 400명이 근무하고 있다. 독일 뮌헨에 디자인센터를 운영하고, 수퍼카는 미국인이, ES8은 한국인이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만큼 다국적이라는 지적이다. 창업자는 투자유치에도 귀재라고 귀띔한다.

특허공개·충전소 보급…친환경車 주도권 경쟁 불붙었다 2015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공개한 토요타 수소차 미라이. 토요타 측에 따르면 현재 생산판매 중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지난 해 일본 내수 및 해외 판매를 합쳐 24개여종 126만6070대가 팔렸다. 이중 일본 내수 판매는 68만여대로 수출 물량보다 많다. 토요타가 하이브리드 차량을 처음 판매한 것은 1997년 프리우스로 일본에서만 332대를 팔았다./사진=김미한 기자

한국 정부가 각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충전소, 수소충전소 등 자동차 산업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기업의 각성도 필요하다. 현대차는 서울 삼성동 부지 매입비의 10분의 1만 투자하면 전국에 전기, 수소 충전소를 세울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시대에 뒤처져 있고, 한국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볼 수 있었다.

    

또한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 정부의 노력도 거의 없다. 한국의 유능한 인력들이 미국, 중국 등 해외로 빠져가고 있다. 이곳 실리콘 밸리에서 확인한 내용들이다. 게다가 독일은 앞서가고 있고, 이웃나라 일본은 앞선 기술에 진지한 자세로 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중국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기술을 축적하고 따라잡고 있다.


더 큰 일은 한국 정부가 참여 정부 이래로 열어오던 대통령 주재의 수출 및 투자 전략회의를 폐지한 것이다. 분배정의를 통한 국가발전 계획은 진보정권의 기본전략이라고 치자. 그러나 국가는 항상 먹고살 준비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실리콘 밸리를 통해 한국의 미래전략을 점검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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